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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결에 거실에서 들려온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가 뉴스를 보시다가 아버지께 어떡하냐고 막 그러시는 거다. 시골 우리 집 나무를 빨갛게 덮고 있는 게 꽃매미인지 뭐시기의 알이라나 뭐라나. 봄이 돼서 부화하기 전에 빨리 걷어내서 태워버려야 한다고, 얼른 시골집에 가봐야 하겠다고.
몇 시인지는 모르지만 새벽에 단잠을 방해받은 나는 속으로 궁시렁대며 다시 이불 속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간신히 얼마 더 잔 것 같다.
휴대폰 알람을 끄고 또 끄다 간신히 일어나 부시시한 모습으로 거실에 나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 아까 소리 질렀지?"
"뭐?"
아까 뉴스 보면서 아버지랑 막 얘기 나누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얘가 무슨 잠꼬대야'라는 표정 그대로 말씀하신다.
소리를 들었던 것도, 그 소리에 깼던 것도, 다시 잠든 것도, 꿈이었던 거다.
이런... 꿈 속에서 잠을 깨버리면 그것도 잠을 잤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니, 따지고보면 꿈 자체가 활동의 연속인 데다가 어릴 적 천식을 앓고 그랬을 때는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엄마한테 아프다고 말하며 우는,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아직도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새벽녘 추위에 깨는 것이 억울한 가을에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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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아껴서 군것질 하는 게 취미라 카드 여러 개를 굴리고 있는데, 이번 달은 좀 억울하게 실적 채우는 달이라 고민.
그런데 누님의 지름을 부추기러 따라간 후A유에서 내가 뽐뿌질을 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반쯤 흘려듣고 반쯤은 가슴에 비수로 꽂힌 누군가의 말 때문에 반쯤 좋은 의미로 슬슬 싶고 반쯤 식은 땀 흘리며 경각심 들어 너무 고르고 재고 그러지 말고 지갑 좀 열어주려 한다.
오늘은 컴퍼니스토어에서 굿스킨 아이크림도 간만에 장만했고, 후아유에서 빨간 니트 살 거고.
막 신을 기본 부츠 골라뒀고, 기본 까만 구두 하나 아무거나 사야만 하고, 가능하면 굽 높은 운동화 골라보기.
따뜻한 스타킹 사야 하고, 꽂히면 후A유 레그워머 지르고, 아아 양말장도 좀 채워넣어야겠다.
1월 구매 목표로 내 생애 첫 스키니 까만 진 입어보고 다니고, 일자 미니스커트도 하나 더 사야지.
살짝 도톰한 감으로 하이 웨이스트에 소매 없는 겨울 원피스도 사고 싶은데 어디를 타겟으로 삼아야 할지.
지난 번 구경간 마@클 코$스의 유행 안 탈 '가슴 파인' 검은 드레스가 아직도 눈 앞에 아른아른... ㅠㅠ (재봉만 잘 되었어도 내가 진짜 질렀다. 아무리 한국에서 드레스 입을 일 없다 해도... 싱가폴에서 입어본 ㅁㅋㅈㅇㅋㅅ 드레스보다 훨씬 멋졌어... ㅠㅠ)
몇 가지 기본 아이템과 함께 기분 전환 아이템도 제대로 질러줄 가을에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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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거의 항상 괜찮다고 할 정도로 나의 출근생활은 평온하다. 오늘은 입사 후 처음으로 9시 넘겨서 9시 1분에 출근카드를 찍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든 것이다. 건물 1층에 입점한 카페의 베이커리가 의외로 괜찮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모든 종류를 섭렵하겠다는 건 여느 때의 나 같지만, 아이스 모카뿐만이 아니라 시럽을 넣지 않는 뜨거운 라떼도 즐겨마신다는 것은 나를 아는 친구들은 놀랄 일이다. 나는 조금 변했다.
적당히 일을 하고, 수시로 들어오는 메일을 체크하고 답변하고 처리하고, 대리님과 일상적으로 수다를 떨고 제이와 노닥거리고 과장님도 말을 잘 섞고, 신입사원 앞에서는 주름도 잡고. 9시에 출근하여 6시반에 퇴근할 때면 7시 전에 집에 도착한다. 어제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오붓하게 제사를 치르고 제삿상 그대로 술을 따르며 한 상 푸짐한 식사시간을 가졌다. 전부 설거지하고 정리정돈한 뒤에는 VOD 서비스로 나란히 앉아 영화도 한 편 다 봤는데 12시를 넘기지 않는다. 너무나 윤택한 시간이다. 회사가 일찍 끝난다 해도 일주일에 며칠씩 약속을 잡아 멀지도 않은 밖을 쏘다니다 밤 늦게 집에 기어들어가기에 그 고마움을 그닥 잘 몰랐던 과거와는 또 다르다. 가끔은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늦게 일을 하다 요가도 하고, 가끔은 친구를 만나 너 때문에 또 가려던 가게 문 닫았다고 제발 삼재 끝난 다음에 만나자고 구박도 받으며 저녁을 먹고 얼어죽겠는 칼바람의 날씨에 빙수를 먹자고 졸라서 싹싹 긁어먹고 나란히 앉아 만화책을 교환해 읽는 풍요롭고 위안이 가득한 시간도 향유할 수 있다.
이렇게 일상에 적응하는 와중에 나를 흔들리게 하는 제안이 온다. 모든 걸 걸고라도 얻고 싶었던 자리가 허망하게 사라졌던 주제에 이제 와 손을 내민다. 계산 상으로 달라진 건 없지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본 것과 겪은 것과 마음 두는 곳이 다르기에 고민이 된다. 오래 가지는 않을 현재의 행복이지만,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이 순간을 시험에 들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럴 만큼, 의외로 잘 헤쳐나가고 있는 가을에서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