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빌리파이를 두 달 정도..? 먹고 4kg가 쪘더니 선생님이 기겁하면서 빼자고 하셨다.
대신 폭세틴을 늘리고 2주 지나서 유지하고 1주째.

아빌리파이를 뺀 그 다음 날 공교롭게도 그룹PT를 갔는데, 
코치님이 "그런 식으로 한 건 했다고 말하지도 말라"는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아버렸다.
땀을 닦는 척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서 끝나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나는,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으면' 억울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이모님의 '자유부인' 운운 때도 그랬었고.
운동 후 의자에 앉아서 '나는 치료를 받는 중이니 너무 몰아세우는 말은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서 울컥했다.
다행히 이해가 있는 분이라 잘 얘기하고 알겠다고 하셨다.

그 날 외에는 제법 안정적인 날들이 흘러갔기에, 
2주 뒤에 이대로 계속하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했다.
운동을 나가기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격려해주셔서 고마웠다.

그런데... 2주 업, 2주 다운의 굴곡이 진짜로 계속되는 듯하다.
생리주기와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생리 전에 약간 앙칼져진다든가, 짜증이 더 난다든가 하는 증상은 원래 있었는데,
긴 기간 우울감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지금의 주기로는 우울이 PMS로 자리잡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고통.
생리통이기도 하고, 허리나 등이 아플 때도 있고, 
뭔가의 고통이 나를 괴롭힐 때 훨씬 더 빨리 우울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진다.

무기력함.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쳇바퀴를 도는 듯한 느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흔쾌히 다음 동작을 하는 자연스러움이 사라져버리는 일상.

블로그를 잠시 접었다.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재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가 없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반응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게 진이 빠졌다.
재지 않아도 되는 친구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고 싶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카페에서 질질 짜며 일기를 쓰고 있는 내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든 생각을 정리하려고 써보려고 한다.
1. 다소 심한 PMS를 겪는 것이며 앞으로도 겪을 것이므로 편하게 생각해보자.
2. 폭세틴이 무기력함을 주는 게 아니라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막는 건데 폭세틴을 먹고도 이 모양이면 지금 난 처절한 상태다.
3. 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약을 도움으로 삼고 스스로 건강해질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4. 일단 지금은 다운 2주니, 다음 2주가 어떻게 될지 버텨보자.

나를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건 일뿐이다.
게임도 더 이상 안 하고
기다리면무료 웹툰도 거의 안 보게 되었고
어떤 커피를 떠올려도 만족스럽지 않고
배가 고파 밥을 먹어도 두 술 뜨고나면 더 먹고 싶지 않다.
그런데 찐 살은 안 빠진다.

내 상태를 재는 기준은 
1. 우울증에 대한 생각을 안 한다
2. 재밌게 알차게 살려고 노력해야지라고 생각한다
3. 귀찮고 피곤하다
4.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고 결정을 못하겠다. 주저앉는 일이 생긴다.
5. 가능만 하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만 있고 싶다. 난 우울증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싶어진다.
6. 특별한 이유 없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 정도인 것 같다. 
오늘은 5와 6 사이.

내년에 휴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좌절감이 크다.
회사 소개를 하기 싫어질 때가 회사를 떠날 때라고 말해왔었는데
이 직장을 포기하기는 싫고 떠나 있고는 싶다. 그렇다고 돈은 안 벌 수는 없다.
내가 그렇게 욕하던 일 안 하는 상사가 된 것 같다.
미지근한 온도에 안주하는...
그래도 육아휴직을 하려면 버텨야 하는데.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할 에너지도 어차피 없다.
상사도 바뀌는데... 과연 내 상태를 밝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가 없다.
여러 가지로.

by kisa | 2021/08/12 12:15 | I a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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