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침형 생활

“이보게 의사양반, 내가 아침형 인간이라니... 그게 말이 되오?!”
라고 외치고 싶은 요즈음.

지금 난 해운대 호텔에서 6시에 일어나 1시간반 정도 뒹굴거리며 간밤에 쌓인 게임과 웹툰을 다 보고 나서 원피스에 풀메(내 기준)하고 혼자 나와서 아침 8시부터 멋진 카페라이프를 즐기며 일기를 쓰는 중이다.
남편과 아들에겐 문자를 남겨놔야하나 했는데 나오기 직전 일어나셔서 각자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게임을 시작하셨다.

여행을 오면 1번으로 바라는 게 ‘늦잠’이었던 과거와는 천지 차이.
보통 아들을 끼고 자야 하기 때문에 푹신하고 편안한 잠자리는 포기하지만, 암막커튼을 꽁꽁 쳐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고 싶었는데.

요즘 일상에서의 생활 패턴은 이렇다.

오전 7시-7:30 기상해서 준이가 자는 방으로 슬그머니 가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잠든 얼굴을 보면서 커튼을 열어젖혀 아침햇살에 깨게 하기.
또는 준이가 먼저 일어나 “엄마안녕히주무셨어요밖에나가서놀아요” 주문을 외우면 “응 그래”(!!!!)라고 얘기해서 거실에 가서 몰랑이 놀이 해주기.
7:50쯤 이모님이 차려주시는 아침식사 시작. 빨리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류를 자주 먹고, 옆에서 같이 대화하며 아침 댓바람부터 그걸 먹는다..(분명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는 아무것도 안 먹히던 나인데.)

8:10쯤 되면 준이는 밥.치카.옷 완수하러 가고 나는 샤워. 그 사이 준이가 와서 ‘싸우는게임’의 ‘수집’을 시켜달라고 하거나 TV.
8:35-8:40 사이에 가방 다 챙겼는지 실랑이 하다가 양손에 할머니 엄마 붙잡고 등교.
교문으로 향하는 쪽문에 들어서기 전 한번 꼬옥 안아주고, 인사 잘하는지 보고, 건물 안쪽으로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 손 흔들어주기.

그 길로 나는 아침산책을 겸한 카페인 충전을 위해 카페로.
아이가 없는 오전시간 집에서 집중근무하기 위해 커피를 사서 돌아올 때고 있지만, 집밖에서 한숨 돌리기 위해 그냥 카페에 1-2시간 있다 올 때도 있다.
아침 9시부터 여는 카페가 단 한 곳, 9:30부터 여는 카페가 딱 한 곳 있으므로 그 두 군데 중 하나에 가야 하는데, 다행히도 두 곳 다 커피맛은 끝내준다.

11:40쯤에는 집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12:20까지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픽업하기 위해서.
아이가 멀리 서 있는 나를 알아보고 멀리서 수신호로 하트 뿜뿜 하다가 선생님께 90도 인사하고 “엄마~~”하고 달려오는 순간이 하루 중에 최고의 순간인 듯.
그 길로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하면서 다같이 달려간다.

점심을 이리 이른 시간에 먹기 때문에 금방 배가 고파진다.
진비빔면 같이 간단히 때우기 때문에 더.

그럼 보통 6시에는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심지어 5:50에 먹을 때도 있다.
매일 출근하던 시절, 일러도 7:50에 와서 8시에 저녁을 먹을 때와는 천지차이다.

최근 날씨가 워낙 좋아서, 일찍 식사를 마치면 산책을 나가기에 딱 좋다.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하고, 잠이 소로로 오기 좋은 습관이다.

그래서 9시쯤 “10분 독서” 숙제를 하고서 9:30-10:00 쯤 아이가 잠들 때,
웬만하면 나도 졸린 상태에서 그냥 잠에 들어버린다.
최근 일자목 등 건강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나쁜 것은 차치하고, 일찍 잠들 수 있는 건 내게 꽤나 사치스런 기분이다.

그러고 나면, 6시쯤에 눈이 떠지는 게 가능하다.
잠을 심하게 설칠 때면 7시에 일어나도 피곤하지만, 가끔은 딱 좋은 90분 수면 싸이클에 맞춰 깬 건지, 더 졸리지 않고 산뜻하기도 하다.
오늘 아침엔 그런 기분이었다. 몸은 어제 많이 움직여서 여전히 노곤해도, 더 자지 않아도 충분한 느낌.
그리고 아침 7시부터 배가 심히 고프다.

그렇게 또다시 하루의 싸이클이 시작.

...의사 양반!!! 새 항우울제가 “아침부터 이리저리 부산해지는 것”이 부작용이라더니!!
내 사전에 아침형 인간이 웬말이요!!
8시에 일어나는 게 내 바이오리듬이라고 20년 간 외치고 바로 얼마 전 포스팅 했던 게 무색하게,
이런 생활 습관이라니....

너무 건강하고 훌륭한데 왜 패배한 기분이지...............

그리고 또다른 부작용은 살 찌는 거라고 했는데.
입맛이 돌아와서 먹고 싶은 게 늘어나 행복한 기분!
그런데 석 달 동안 입맛 떨어져서 적게 먹은 가닥이 있다보니 위장 용량이 줄어서 ‘많이’ 먹지는 않는다!!
체중 증가는 0.5kg에서 조절하고 있으니 이 어찌나 일타쌍피뇨!

아 진짜 훌륭하다...
열심히 살고 빨리 나아야겠다.

by kisa | 2021/04/18 12:13 | I am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kisa.egloos.com/tb/676873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Lon at 2021/04/18 13:47
오오 바지런하고 훌륭해!!!
Commented by kisa at 2021/05/02 08:03
나 너무 바지런...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되겠어... 이런 적 처음이야....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