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 살아남은 문자들

3년 4개월간 쓴 휴대폰을 교체했다. 아직도 쳐다보면 예쁘고 맘에 쏙 들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할 때.
마지막 전원이 꺼지기 전에 남아 있는 문자들을 정리해본다.
다시 보면 재밌고 웃음이 나거나, 그 당시의 상황이 생각나는 것들을 남기다가, 200개도 안 되는(수신 발신 합쳐서) 용량이 가득찰 때면 솎아서 정리해주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들이다.

[흐흣♡ 덥고나.. 퍼덕퍼덕 oTL]
2006.06.18(일) 05:23P

- 특별한 의미는 없고, 핸드폰 장만했던 첫 날을 기념하기 위한 문자였던 것으로 기억됨 - _ -;

[오늘은 힘든 날이구나~ (중략)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잠시 모든 걸 잊어봐~ 
오늘 당장 이력서부터 쓰고 ^^ 그럼 좀 편해지지 않을까?
 
Whenever god closes a door somewhere he opens a window >_< ]
2006.08.08 02:04P
-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울어제꼈던 날 회사 화장실에서 받아봤던 문자...... - _ -;
마지막 인용은 우리 둘이 싸랑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대사입니다.

[앗 불의건 글구 서양골동양과자점(..;) 더운데 고생 많징? 급하믄 택배 부칠겡 말혀]
2006.08.16(수) 10:21P

- 이건 빌려준 책을 잊지 않으려는 용도...(...) 아직 서양골동양과자점은 못 받았다.

[섹씨한 꽃돌이들한테 둘러싸이는 한 해가 되렴!]
2007.01.02(화) 12:05A

- 역시 부적 같은 의미......? 뭐 그닥 효험은 없었다. 우리 이런 말 해주는 관계였었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지만 스타일과 밸런스와 인상은 중요한 거라고 해줘 ㅋㅋㅋ]
2007.04.26(목) 09:36A

- 언젠가의 소개팅 이후. 그후 항상 곱씹어주는 말이 되었다. 정말 중요하다규!

[오오 라스트 데이심까? 그동안 맺혔던 분들께 깽판즘 쳐보지 왜 꺄르륵ㅡ ㅋㅋ]
2008.01.18(금) 10:06A

- 첫 회사 그만두던 날. 아마 아침까지 속 썩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날 저녁인가 유객주에 갔었는데 그 때도 뭔가 깽판 함 쳐볼까 싶은 기분이었던 듯......

[으히히 완전 반가워요 ^-^ 역시 다시 만날 인연이었어요 과외 잘해요!]
2008.05.07(수) 07:48P

- 딱 한 달인가 송파구 먼 곳에서 과외를 한답시고 김밥을 먹고 건널목 앞 처마 밑에서 쮸쮸바 하나를 빨고 있는데
눈 앞에서 첫 회사에 입사했다가 나가버린 남자 후배가 지나가는 게 아닌가.
첨엔 못 알아봤는데 그도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나를 마주치고 알아보았다.
반가워서 한참 수다를 떨다 다음에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당일에 지점에서 1억짜리 대박이 터져서 회식을 하게 되었노라고 "ㅇㅇ씨 주려고 조그만 선물도 마련했는데..."에서
선물보다 "씨"라는 부분에 살짝 경악해놓고는 결국은 다시 만나지 않게된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문자.
당시 기가 막힌 사주 결과에 1살 연하가 어울린다는 얘기에 이 분께 힘 써봐야 하는 거...? 라고 살짝 생각했지만
역시, 잘 생기고 바이올린 켜는 치아키 같은 남자라도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좀......

[미인은? 이쁜 꿈 꾸렴]
2008.05.28(일) 12:05A

- 얼른 잠자라는 의미의 문자임. 늘 이런 말을 하곤 하셨더랬죠.

[비가 계속 내리네 문득 보고 싶고 하염없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 좋은 밤 보내요~]
2008.06.03(화) 12:10A

- 아직까지도 발신자 미상의 의문의 문자.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남자...라기에도 이에 맞아떨어지는 말투의 남자를 모르겠을 뿐더러
반말도 아니고 존대말도 아니고 심지어 물결무늬까지............... 끝까지 파악할 수 없었다.
조금 두근거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나 이렇게까지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이면 잠시 궁금해하다 말지 - _ -;;
(발신번호는 1111도 아닌 11111이었음!)

[ㅋㅋㅋ 발신미상인이 아부지가 경찰서에.. 돈을 안 부치면..이래? ㅋ 아직도 붙잡혀 계씸?]
[ㅎㅎ 시험당하고 있는 게냐]
2008.06.03(화) 12:23A
- 위의 상황에 즐거워하시는 누님 - _ -

[여기는 한강~ 오늘 구름과 저녁 노을 쥑입니다 -날씨와 구름과 하늘 오타쿠 위원회]
2008.08.12(화) 06:26P

- 자랑스런 "날씨와 구름과 하늘 오타쿠 위원회" 발족일.
이후 멋진 하늘만 보면 바로 저질 폰카로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날려주곤 하였음.
부가적으로 골목길과 먹거리도 오타쿠 품목에 포함됨.

[독한 오덕.. 오덕인 당신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봐 ㅋ]
2008.09.06(토) 05:35P
- "선"에 가까운 소개팅 자리에 나가며 "참하고 조용한" 노선과 "까칠하고 튕기는" 노선과 "독한 오덕" 노선 중에
무엇을 택할까 자문을 구했던 문자의 답. 물론 소개팅은 실패했다 ㅋ

[넌 뭘하고 다니는 거냐ㅋㅋ 누드 크로키? 남자모델? ㅋㅋ]
2008.11.05(수) 02:40P

- 백수생활 중 우리만화연대 첫 크로키 수업날 모델이 남자라는 것에 깜짝/// 놀라 문자를 보냈더니 더한 반응의 답문.

[자체검열]

[자체검열]

[메리 크리스마스 ^^ 마음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즐거운 여행 다녀와!]
2008.12.24(수) 01:10P

[남미에서 화끈한 연애질 성공하길 바란다! 파이팅!]
2008.12.24(수) 04:16P

[메리 크리스마스! 자기야 나 크런치 들고 한국 왔어~♡]
2008.12.25(목) 11:49A

[은엽! 떨리지 않니? 볼리비아! ㅋㅋ 건강히 잘 자녀와! 아프지 말구! 건투를 빌어요 ^-^]
2008.12.28(일) 11:38P

[짐은 잘 쌌느뇽,,,? 오늘 저녁 비행기인 것이냥냥냥,,?]
2008.12.29(월) 08:49A

[준비는 잘 했지? 드디어 오늘 떠나는 날이네. 건강히 무사히 재미있게 잘 다녀오삼!]
2008.12.29(월) 08:59A

[..눈은 둘째치고 안개;; 무사히 봉보야주 >_<!!!]
2008.12.29(월) 01:22P


이상 크리스마스와 여행 직전의 문자들은, 다시 보아도 그때의 그 두근거리는 느낌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정보성,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것들도 있고, 그냥 그 시간이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둔 문자도 있고. 이리저리 휴대폰을 만지면서 다시 본 횟수로 치면, 몇백 번은 되지 않을까 싶은. 굉장한 명언이 아닐지언정, 내 가슴 속에 한 현을 튕기는 문자들.

by kisa | 2009/10/24 23:59 | 서랍속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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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on at 2009/10/25 01:17
폰 바꾸었구나. 번호는? 나도 예전 문자 몇개 지니고 있는데 다시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나.
Commented by kisa at 2009/10/26 00:52
Lon> 고집스럽게 그대로입니다 :>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문자들이 있지요?
Commented by mandoo at 2009/10/25 14:18
밑에서 세 번째 문자는 지자의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스타일과 밸런스와 인상. 솔직히 말하면 첫 인상으로 압축할 수도 있고.ㅋㅋ
까다롭지 않게 굴고 싶어도 까다롭게 만드는 현실이 시궁창..
Commented by kisa at 2009/10/26 00:53
mandoo> 니어 미스-랄까 ㅋ 나까뎅양의 문자요. 첫인상은 이목구비를 포함하잖아. 타고난 이목구비 외의 꾸밈새도 중요하다는 그런 얘기였지. 책임을 져야 한달까 ㅎㅎㅎ
Commented by kana at 2009/10/27 15:03
ㅎㅎㅎ
저게 그렇게 오래된 문자였구낭 >_< 내가 여기 온지도 오래되었단 거군...허허
12월 14일부터 28일까지 한국에 있을 예정! 곧 봐요 마이럽!
Commented by kisa at 2009/10/27 21:26
kana> 꺄 자기야♡ 12월 기다리고 있을게!! 나 12월 마지막주엔 팀원들 전부 휴가 가고 나 혼자 사무실 지키고 있을 듯 ㅋ 아마 칼퇴근 가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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