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알바 끝

드디어 알바 마지막분을 넘겼다.
일단 나 할 일은 다 했지만, 사실 약간 불안함이 남아 있다. 다음 주 되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그만큼 정말 갖은 진상을 다 접했단 이야기다.

지난 여름 알바몬을 통해 구하게 된 이 단문 한->영 번역 알바는 사실 굉장히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재택 알바에, 내가 열심히만 하면 대학 시절 과외를 하던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시급을 받을 수 있으면서, 염원하던 백수 카페 라이프와 병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프로젝트 관리하는 팀이 엉망이라는 거다.
(태그 '알바'와 '짜증나'로 검색해서 링크시킬까 했는데, 읽던 내가 또다시 짜증이 나서 관두련다.)
작년에 3개월 할 때는 감수하는 중간관리자가 완전 짜증나게 하더니만,
(알고 보니 내 대학원 대학 출신이었다... 역시 그 대학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쉽게 엷어지지가 않아... - _ -)
이 인간이 나와 같은 작업자 신분으로 내려온 후에는 원래 관리자가 화를 돋구고 있다.

재계약 하던 날 날더러 "함께 개선해보려는 노력 없는 비판은 삼갔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열을 뻗치게 하더니
(내가 작년에 이러저러한 방향으로 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건의를 한 게 한두 번이니? 네가 다 씹었잖아!)
심지어는 "결국 -씨도 작년 작업량을 다 못 채웠다"라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서 심각한 충격을 안겨 주었고
(네가 보내준 작업분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완성해서 줬거든? 매번 시일 맞춰 보냈는데 중간에 업데이트도 안 한 건 그 감수거든?)
새로 활용하라는 번역 프로그램이 다음 행으로 넘어가려면 그냥 엔터도 아니고 Alt+down을 눌러야 하는 어이없는 구조인 데다가 심지어는 그 흔한 맞춤법 체크 기능조차 없다.(체크는 된다. 근데 자동 수정이 안 될 뿐이다. 이를 테면 내가 friend를 frend라고 잘못 썼으면 그게 매번 체크 되어 매번 일일이 타이핑 해서 고쳐줘야 한다. 일반 맞춤법 검사기처럼 "frend"가 한 번 검색되면 "Correct all"을 눌러서 바로 고쳐지는 게 안 되냐고 했더니 다른 메뉴로 들어가서 "frend"를 타이핑 해서 Find를 하고 "friend"를 쳐서 Change를 해주면 되니까 그 기능 있는 거란다. 이 간단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데다가 상대가 열을 내고 달려들어서 진짜 기가 막혔다) 프로그램 사용법 잘 알겠냐고 하기에 "어차피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기능은 몇 개 안 되니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더니 완전 빈정대며 "어차피 기능도 별로 없는데요 뭘" 이러면서 이 위대한 프로그램의 기능을 네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받아치더라. 아니 아무리 위대해도 그게 우리를 돕기는커녕 방해만 해서야 그게 위대하게 보이겠니?
그 프로그램을 쓰려면 무조건 인터넷 접속을 해야 하는데, 그걸 감수한다 하더라도 서버는 툭하면 다운이다. 내가 에러 메시지 캡쳐해서 해결하라고 보낸 그림 파일만 15개가 넘는다. 프로그램이 너무 버벅대서 결국 그 훌륭한 프로그램의 뒷기능을 발굴해서 편법을 쓰기로 했다. 이 편이 더 퀄리티가 높다니깐! 하여간 월급은 30% 가까이 깎였는데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배가 되어버렸다.

그 김에 작업량을 "생계유지용"에서 "생계보탬형"으로 단호히 줄였는데, 9월에 작업 막바지가 되어서 일을 좀 더 해줄 수 없겠냐고 하기에 또 독한 마음으로 거절 못하고 더 해줬다. (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더라. 꼭 자기한테 유리한 건 한 번에 답장 오고 아닌 건 씹지? 내가 완료 하루 늦을 것 같으면 바로 독촉 메일 오면서 너네는 허구헌날 제때 작업물 안 넣어주지?) 그랬더니 9월은 출근에 알바에 갑갑한 마음과 몸이었는데, 그래도 9월 30일이면 그 작업과 그 관리자와의 싸움도 안녕이야! 하면서 버텼더니 며칠 전에 연락이 왔다. 월급을 나눠서 10월말에 넣어주겠다고. ...그럼 너 같으면 30일 딱 맞춰서 죽도록 해주고 싶겠냐?! 어쨌거나 돈만 들어오면 완료 버튼 누르고 빠이빠이하려고 했더니만, 안 그러면 대체 나중에 뭐라고 트집을 잡거나 발목을 잡을지... (작업 9월까진데 왜 이렇게 많이 넣었냐고 작업량 어디까지 하는 거 맞냐고 확인 좀 해달라고 했더니 걍 9월까지 하면 되니까 착각하지 말라며 정확한 수치에 대해선 대답도 없다) 몰라. 그럼 안 해. 배째. 내 돈 23만원 안 내놓기만 해봐라.

이렇듯 사실 내 백수생활 유지에 일정 부분 기여한 알바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이라도 갖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나와서야 뭐가 되겠냐고. 여튼 해방입니다. 얼릉 컨펌 받고 내 PC에서 메모리를 점거하고 있는 그 엉덩이 무거운 프로그램도 하루빨리 삭제해버리고 싶다. 안녕!

by kisa | 2009/10/03 23:51 | I am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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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mad at 2009/10/06 09:59
그래도... 돈 생각해서 봐줘. ㅋㅋ
Commented by kisa at 2009/10/11 22:35
nomad> 알바비 확실하게 들어오면 프로그램 삭제하려는 소심한 나... =ㅅ=
Commented by Noma at 2009/10/06 12:02
위의 답글, 제가 남긴 답글인줄알고 깜짝;;
Commented by kisa at 2009/10/11 22:36
Noma> 저는 또 누구신가 하고 깜짝ㅎㅎ
Commented by mandoo at 2009/10/23 13:22
저런 인간들은 안 엮이는 게 상책인데 말이지, 엮여버렸다면...........
잘라내야지-_-ㅋ
진정 끝나게 된 것 축하한다. 프로그램은 삭제했길..<ㅋㅋㅋ
Commented by kisa at 2009/10/23 14:43
mandoo> 아직 삭제 못 했다 - _ - 일주일 뒤에 월급 들어오는 거 봐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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