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24일
[15분일기] 9/23 사표
12:20~
사표를 써보는 것은 당연히 처음이다. 그러고 보면, 대학 친구들 중에서도 자퇴를 안 해본 애는 나밖에 없었다. (이건 꼭 이상한 건 아닌가?) 일반적인 절차로 입학하고 졸업하고가 아니라,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다가 그걸 잘라내는 것, 그걸 경험할 기회는 학원을 땡땡이 치다 결국 안 가고마는 것 외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교회도 마찬가지인가?)
오래 고민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되었다. 어떤 결정이 올바르고 어떤 결정은 올바르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쪽 돌에서 저쪽 돌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그리고 나는 또 옮겨가게 될 것이다.
점심 때 미리 한 명에게 전화를 해두었다. 서류 준비해달라고. 4년 전, 함께 있었던 그들 몇 명에게만 먼저 귀띔해 달라고. 그리고 저녁 나절 팀장님께 전화를 하고 찾아갔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별로 들은 얘기도 없었다. 해줄 말이 없었나보다. 내가 모신 적도 없고, 나에게 관심도 없었던 팀장. 과장. 파트장. 동고동락이란 이런 단어다 싶은 동료들. 후배. 새 얼굴. 감회.
"처음으로 면접을 본 곳이었고, 처음으로 몸담은 회사였습니다. 친구들로부터 너는 정말 loyalty 넘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많이 섭섭합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속으로 울컥했는데,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 알고보니 예전의 그 수는 완전히 빗나갔고, 사장도 상무도 팀장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됐었고, 이제 와서는 결국 팀에 인원이 한 사람 더 늘어나 있기까지 하고, 어쨌거나 안 될 일이었고 차라리 잘 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떠나는 마음 아쉽기는 변함이 없다. 남는 게 더 좋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참 좋고 고맙고 편한 사람들이지만, 꼭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다는 맘인 건 아니다.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좋건 나쁘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과 맞아떨어지지만, 그래도 3년이 넘는 추억이다. 하루의 3/4 이상을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다. 내가 그만큼의 시간을 묻었던 공간이다. 상당히 오래, "내가 있는 곳"으로 여기고, 그렇게 남을 것만 같았던 곳이다. 유일하게 내가 '이곳의 사람이다'라고 느낄 수 있었을. 이제 옮기기 시작하면, 두 번째 이후로는 모두 똑같이 '그 때 거기'일 뿐이니까.
후배에게 말했다.
"내가 예전에 짜증냈던 거 기억나요? 어째서 매번 ID랑 패스워드 힘겹게 치면서 들어가냐고. 저장시켜두고 제깍제깍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여유가 넘치냐고. 나 그때 되게 신경질 났었거든. 바빠 죽겠는데, 하고.
실제 내가 시간이 많고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여튼, 그 상황을 경험해보니까 나도 알겠더라고. 아, 치고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걸. 그냥 진짜 사소한 건데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 그런 게 있더라고."
과장이 묻길래 대답했다.
"제 인생의 목표는 그리스의 외딴 섬에 가서 여생을 보내는 것 같은 건데요. 진짜에요. HRD 전문가가 돼서 승승장구하고 뭔가를 이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해서 돈 많이 벌고, 그게 내가 관심 가지는 HRD면 좋은 거고. 그 돈으로 해외 나가서 여행 다니고 그렇게 사는 거지. 꼭 뭔가의 단계에 올라서고, 성공해야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리고 가장 존경했던 팀장님과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나누고, 술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회사"라고 불리울 "이 회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나갔고, 사회생활이란 이런 거다는 상을 그렸다. 앞으로의 모든 것에 그게 영향을 미칠 거다. 그 안에서 배운 것도 많고, 밖에 나왔기 때문에 배운 것도 많다. 아무리 옮겨다녀도, 특별한 자리에 남아 있을 거다.
~12:36
사표를 써보는 것은 당연히 처음이다. 그러고 보면, 대학 친구들 중에서도 자퇴를 안 해본 애는 나밖에 없었다. (이건 꼭 이상한 건 아닌가?) 일반적인 절차로 입학하고 졸업하고가 아니라,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다가 그걸 잘라내는 것, 그걸 경험할 기회는 학원을 땡땡이 치다 결국 안 가고마는 것 외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교회도 마찬가지인가?)
오래 고민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되었다. 어떤 결정이 올바르고 어떤 결정은 올바르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쪽 돌에서 저쪽 돌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그리고 나는 또 옮겨가게 될 것이다.
점심 때 미리 한 명에게 전화를 해두었다. 서류 준비해달라고. 4년 전, 함께 있었던 그들 몇 명에게만 먼저 귀띔해 달라고. 그리고 저녁 나절 팀장님께 전화를 하고 찾아갔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별로 들은 얘기도 없었다. 해줄 말이 없었나보다. 내가 모신 적도 없고, 나에게 관심도 없었던 팀장. 과장. 파트장. 동고동락이란 이런 단어다 싶은 동료들. 후배. 새 얼굴. 감회.
"처음으로 면접을 본 곳이었고, 처음으로 몸담은 회사였습니다. 친구들로부터 너는 정말 loyalty 넘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많이 섭섭합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속으로 울컥했는데,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 알고보니 예전의 그 수는 완전히 빗나갔고, 사장도 상무도 팀장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됐었고, 이제 와서는 결국 팀에 인원이 한 사람 더 늘어나 있기까지 하고, 어쨌거나 안 될 일이었고 차라리 잘 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떠나는 마음 아쉽기는 변함이 없다. 남는 게 더 좋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참 좋고 고맙고 편한 사람들이지만, 꼭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다는 맘인 건 아니다.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좋건 나쁘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과 맞아떨어지지만, 그래도 3년이 넘는 추억이다. 하루의 3/4 이상을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다. 내가 그만큼의 시간을 묻었던 공간이다. 상당히 오래, "내가 있는 곳"으로 여기고, 그렇게 남을 것만 같았던 곳이다. 유일하게 내가 '이곳의 사람이다'라고 느낄 수 있었을. 이제 옮기기 시작하면, 두 번째 이후로는 모두 똑같이 '그 때 거기'일 뿐이니까.
후배에게 말했다.
"내가 예전에 짜증냈던 거 기억나요? 어째서 매번 ID랑 패스워드 힘겹게 치면서 들어가냐고. 저장시켜두고 제깍제깍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여유가 넘치냐고. 나 그때 되게 신경질 났었거든. 바빠 죽겠는데, 하고.
실제 내가 시간이 많고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하지만 여튼, 그 상황을 경험해보니까 나도 알겠더라고. 아, 치고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걸. 그냥 진짜 사소한 건데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 그런 게 있더라고."
과장이 묻길래 대답했다.
"제 인생의 목표는 그리스의 외딴 섬에 가서 여생을 보내는 것 같은 건데요. 진짜에요. HRD 전문가가 돼서 승승장구하고 뭔가를 이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일해서 돈 많이 벌고, 그게 내가 관심 가지는 HRD면 좋은 거고. 그 돈으로 해외 나가서 여행 다니고 그렇게 사는 거지. 꼭 뭔가의 단계에 올라서고, 성공해야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지."
그리고 가장 존경했던 팀장님과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나누고, 술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회사"라고 불리울 "이 회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나갔고, 사회생활이란 이런 거다는 상을 그렸다. 앞으로의 모든 것에 그게 영향을 미칠 거다. 그 안에서 배운 것도 많고, 밖에 나왔기 때문에 배운 것도 많다. 아무리 옮겨다녀도, 특별한 자리에 남아 있을 거다.
~12:36
# by | 2009/09/24 00:35 | I am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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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의 일주일은... 참으로 파란만장 ㅋ 만나서 더 풀어야 하는데!
인생 2장을 향한 준비를 위해 힘을 내길 바라.
난 그냥 과거로 남겨져야만 할 것 같은데....후후
그러나 퇴직금 나가는 시기에 적절히 연락 드리겠음.
자주는 아니더라도 생각 날 때 서로 만나서 수다는 떨수 있지 않겠어요?
아 빌라엠 모임 이런 건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ㅋㅋㅋ 강남역에 오면 전화해요!
너의 현재와 미래 될 일을 찾길 바라오.
밍쓰말대로 인생 2장을 위해서 준비하고 힘쓰기를요!
많은 것을 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랄까. 힘내요~
힘쓰겠슴다!!
(아 제발 놋북 수리 좋아하는 라멘집 주방장 바뀜 찍어놓은 옷 사이즈 없음 이런 걸로 태클만 없었으면 ㅠㅠ)
제발 그렇지 아니하길..ㅋㅋㅋ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던 무렵이었구나
난 사표쓰고 사실 좀 홀가분 했었는데..ㅎㅎㅎ
큰일 치루느라 수고가 많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