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0일
[일기] 혼자 살 수 있을까?
목요일까지는 꽤 빠듯했다. 간만에 운동을 나가고,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알바를 죽지마지못해 해치우고, 그러기 위해서 오락도 두어 시간씩, 애니메이션도 몇 화씩, 거기다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목요일에는 저녁 약속 전에 다 마무리하고 싶어서 스퍼트를 냈으나 시간이 영 모자라서 결국은 기분 좋게 술 마셔 놓고 새벽까지 다시 알바를 끝마쳐야 했다. 그러면서도 슈퍼에 다녀와야 하는데, 손빨래를 해야 하는데, 샌들을 사러 가야 하는데, 이러면서 알바만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하러 나가고 싶은 일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근데 이런, 금요일이 되자마자, 집에 혼자 남자마자, 늦잠을 잤는데 몸은 으슬으슬 쑤시고, 운동은 가기 싫고, 밥 먹기도 귀찮고, 애니메이션도 왠지 손이 안 가고, 집 밖에 나서는 거 자체가 너무 귀찮아서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고 말았다. 결국엔 저녁부터 건담을 보기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내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몸은 더욱 쑤셔오고. 그렇게 폐인 생활 이틀째엔 간신히 약속이 있어서 나가긴 했지만 원래 하려던, 하고 싶어 했던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쓰고 싶었던 대여섯 편의 포스팅은 귀찮음에 휩쓸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당연히 설거지도 안 했다. 삼일째엔 갑자기 만화책이 보고 싶어져서 쌩뚱맞게 헌터헌터를 꺼내들어 7권부터 18권까지 전부 읽어치웠다. 다행히 저녁 때도 약속(이라 쓰고 여행 컨설팅을 대가로 밥 벌어먹기라고 읽는다 풉)이 있어서 끼니 해결은 되었다. 집에 돌아와 얼른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책 잡힐 만한 것들은 치워놓는다.
나, 이래서 독립은 할 수 있겠니?
졸업하고 취업하고 30세에 독립해서 내 공간을 갖는 게 목표였는데, 과연 그게 옳은 길일까 싶은 의문이 처음으로 든다. 물론 내가 좀 게으르고 할 일 있으면 딴 게 하고 싶고 막상 시간 나면 아무것도 안 하는(그래서 이 백수생활이 무의미하게 길어져만 가는) 타입인 건 알고 있었고, 늘 부모님과 살다가 안 계실 때면 절호의 찬스다 싶어서 데굴거리는 반동이 있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독립해 나와 산다고 해도, 이런 스타일이 바뀔 것 같진 않다. 내가 돈 들여 장만하고, 내가 치우지 않으면 절대 깨끗해지지 않고, 소중히 해야 할 공간일 텐데. 커피향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조명이 빛나고 마음 편한 휴식처라기보단, 어두컴컴한 방에 침대엔 이불이 구겨져 있고 바닥엔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고 며칠간 환기따위 되지 않는 그런 방의 모습이 훨씬 연상하기 쉬운 것은 왜일까?!
누구나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법이고, 그래서 그게 내게는 독립생활이 되는 것인데. 이래선 너무나 아름답지 않아. 나는 무언가 규제가, 속박이, 포스가 있는 환경이 어울리는 건가? 도대체 내가 내게 맞는 목표를 설정한 게 맞는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그 이전에 취직을 해야 돈을 모으든 생활이란 게 있든 하겠지만. 아아, 진짜진짜,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미사랑 가서 민박집 스텝이나 하고 싶다아!
근데 이런, 금요일이 되자마자, 집에 혼자 남자마자, 늦잠을 잤는데 몸은 으슬으슬 쑤시고, 운동은 가기 싫고, 밥 먹기도 귀찮고, 애니메이션도 왠지 손이 안 가고, 집 밖에 나서는 거 자체가 너무 귀찮아서 집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고 말았다. 결국엔 저녁부터 건담을 보기 시작해서 새벽 1시에 끝내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몸은 더욱 쑤셔오고. 그렇게 폐인 생활 이틀째엔 간신히 약속이 있어서 나가긴 했지만 원래 하려던, 하고 싶어 했던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쓰고 싶었던 대여섯 편의 포스팅은 귀찮음에 휩쓸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당연히 설거지도 안 했다. 삼일째엔 갑자기 만화책이 보고 싶어져서 쌩뚱맞게 헌터헌터를 꺼내들어 7권부터 18권까지 전부 읽어치웠다. 다행히 저녁 때도 약속(이라 쓰고 여행 컨설팅을 대가로 밥 벌어먹기라고 읽는다 풉)이 있어서 끼니 해결은 되었다. 집에 돌아와 얼른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책 잡힐 만한 것들은 치워놓는다.
나, 이래서 독립은 할 수 있겠니?
졸업하고 취업하고 30세에 독립해서 내 공간을 갖는 게 목표였는데, 과연 그게 옳은 길일까 싶은 의문이 처음으로 든다. 물론 내가 좀 게으르고 할 일 있으면 딴 게 하고 싶고 막상 시간 나면 아무것도 안 하는(그래서 이 백수생활이 무의미하게 길어져만 가는) 타입인 건 알고 있었고, 늘 부모님과 살다가 안 계실 때면 절호의 찬스다 싶어서 데굴거리는 반동이 있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독립해 나와 산다고 해도, 이런 스타일이 바뀔 것 같진 않다. 내가 돈 들여 장만하고, 내가 치우지 않으면 절대 깨끗해지지 않고, 소중히 해야 할 공간일 텐데. 커피향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조명이 빛나고 마음 편한 휴식처라기보단, 어두컴컴한 방에 침대엔 이불이 구겨져 있고 바닥엔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고 며칠간 환기따위 되지 않는 그런 방의 모습이 훨씬 연상하기 쉬운 것은 왜일까?!
누구나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법이고, 그래서 그게 내게는 독립생활이 되는 것인데. 이래선 너무나 아름답지 않아. 나는 무언가 규제가, 속박이, 포스가 있는 환경이 어울리는 건가? 도대체 내가 내게 맞는 목표를 설정한 게 맞는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물론 그 이전에 취직을 해야 돈을 모으든 생활이란 게 있든 하겠지만. 아아, 진짜진짜,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미사랑 가서 민박집 스텝이나 하고 싶다아!
# by | 2009/07/20 00:25 | I am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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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생활 10년차네요 벌써;ㅅ;
저도 어쨌거나 일주일에 반 정도 혼자 지내다가 갑자기 집의 인구밀도가 늘면 막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내 생활습관도 내가 못 참는데, 다른 사람과 맞출 수 있는 걸까요?
(뭐 일단 한평생 부모님과도 맞추지 못했습니다만)
생활습관 같은 걸로 도망칠 문제는 아니겠죠? ;ㅁ;
나름 일종의 로망이니까!?ㅎㅎ
근데 진짜 혼자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와 규칙을 확립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은 매우 없음..ㅎㅎ
그럴 수만 있다면 훈늉할텐데..ㅠ
너는 과연 행보가 어찌되는 것이냐?! 빙수 먹으면서 얘기하자~
보란듯이 혼자 또는 함께 잘만 살아가던데…….
상황과 사정에 알맞게끔 변화할 수 있는 힘.
인간의 적응이란 그만큼 신기하고 또 새삼 무섭고.
우야동간, 고민고민하지마~~ㅋ
이지고잉-
근데 그 적응이 꼭 발전적인 방향인 것만은 아니지. 안주도 있잖아. 그냥 생긴대로 살기. ㅋㅋㅋ
고민해봤자 독립이 될 것도 아니고 안 될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좀 쪽팔렸다.
나의 게으름은 전혀 마음 먹음으로 해결되지 않아.
내가 부지런할 수 있는 건 배낭여행 때밖에 없는 듯.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고 못 박는...
왜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 수 없는 걸까?
뭐, 그렇게 산다면 너무 치열하겠지, 나치고는 하하하
일단 더러운 방을 상상하면서 끔직해하는 것 자체가 혼자 살아도 잘 치워서 그런 방 안 만들것 같아 보임. -_-;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을때는 그렇게 어지럽혀 놨다가 한번에 치우는 것도 나름 재미있음.ㅋㅋ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을 때"뿐만이 아니라 "늘"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점이죠.
이번주도 왜 저렇게 똑같이 살고 있지 나.... =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