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9일
[영화] 킹콩을 들다 :: 웃음바다 울음바다
이범수,조안,변희봉 / 박건용
어떤영화: ◆♤♣♥
기본적으로 재생영화는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말하는 재생영화는 주로 스포츠나 가족영화인데, 엉망이고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한 집단이 누군가 한 명의 투입으로 마음을 바꾸고 열심히 해서 변화를 일으키고 절정에서 위기에 닥쳤다가 결국 마음 훈훈해지는 그런 줄거리를 지닌 모든 영화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 구조가 싫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 재생영화는 그 뻔한 장르의 특성에 기대에 별다른 노력 없이 찍기 쉽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을 건지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시스터 액트>는 노래에 기대고 있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줌마들의 혼신 연기의 은덕을 입는다. <킹콩을 들다>는 재생영화의 기본 골격을 충실히 표현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을 품고 있었기에 멋진 영화다. 그것을 슬픔과 아픔이라 해야할까, 한(恨)이라고 해야 할까.

"여자들이 하면 엉덩이 커지지 허리 굵어지지...
까딱해서 부상 당해서 은퇴해도 수영이나 테니스면 개인 레슨이라도 해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이건 헬스장 트레이너가 고작이야? 그것도 바디 빌더한테 밀려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까딱해서 부상 당해서 은퇴해도 수영이나 테니스면 개인 레슨이라도 해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이건 헬스장 트레이너가 고작이야? 그것도 바디 빌더한테 밀려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보성의 중학교에 부임해 역도부를 만들 때까지가 영화는 웃음의 도가니다. 괜찮은 대사 한두 줄, 배우의 훌륭한 연기 몇 번으로 커버하고 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장면 장면이 가관이다. 덩치 큰 여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교감의 방송 테러, 역도부 유니폼이 예쁘다는 살짝 맛이 간 전전전 군수의 딸을 비롯한 가입 동기들, 감사를 대비한 완벽한 훈련(?), 입분 교장선생님의 요가 시범, 운동하는 애들 무식하단 얘기 듣기 싫어 계속되는 특훈과 연필 세 자루와 사전의 15개 넘는 용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웃음이 빵빵 터진다.
하지만 슬프다. 누구도 역도로 인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그저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이 따스하고, 함께 흘린 땀이 뜨거울 뿐. 잘 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하고, 시샘을 당하고 두드려 맞아야 한다. 그 광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여 슬프고, 그럼에도 살기 위해서는 힘을 내야만 하기에 슬프다.

"노래는... 양희은이 역시 참 잘 불러. 그치?"
"선생님... 추우세요? 왜 항상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세요?"
"하하... 내 팔이... 불쌍해서... 내 팔한테... 미안해서......"
"선생님... 추우세요? 왜 항상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세요?"
"하하... 내 팔이... 불쌍해서... 내 팔한테... 미안해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고 해서,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너의 인생이 동메달이 되는 것은 아니야."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러웠고. 다들 연기도 잘 하고, 얼굴에 때 낀 시골 여드름 중학생들의 분장도 훌륭하고, 소품이나 배경이나 세세한 생활모습도 좋고. 이범수의 목소리가 진짜 스승님다웠고. 전체적으로 80%가 쾌활하고 20%가 슬픈데, 그 진하기는 동등하게 훌륭하다.
보통은 아무리 보고 좋고 마음에 들었던 영화라도 "여기가 좀 아쉬웠어" "거기를 좀 보완했으면 좋았을걸"하고 적는 나지만, 이번만은 그런 말은 전부 뒤로 미뤄놓겠다. 한동안 날 점유했던 우울을 한 번에 날아가게 만든 멋진 영화. 주변에도 꼭 보여주고 싶다.
*참고로 인용한 대사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서 재구성했기에 정확성은 장담을 못합니다(웃음)
(2009.07.09 / 메가박스 코엑스 / 진영)
# by | 2009/07/09 23:53 | I like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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