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쳇, 방학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년 전 블로그 소개글은 "내 평생 마지막 여름방학"인가 뭔가 그랬었는데. 이렇게 또 방학을 맞이하고 말았다.
지난 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종강했고, 오늘 시험 결과도 나와 재시험은 면하게 되었으니 명실상부한 방학인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오빠가 한국에 컨퍼런스 때문에 잠시 들어와 가족과의 시간에 임해야 했으므로 주말은 휙 지나갔고, 월요일이 다가왔다.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난?!!

일요일 밤 이력서를 여섯 통 넣었다. 일생일대의 굳은 결심을 하고 스윙 동호회에 신청서도 넣어놨다. 이번주 수요일부터 우리 동네 성당에서 신입? 교리가 시작된다는데, 아마 가게 될 듯. 헬스는 이번주부터 끝나는데 하도 가기 싫어서 어째야 할지 모르겠고. 알바는 저번에 했던 문장을 또 줬길래 양심적으로 보고했더니 똑같은 거 아니라고 하길래 어이 없어 하며 컨트롤 씨와 브이와 사랑에 빠졌다. 일단 이번주는 윤희 선물 사고 웨딩 촬영 따라가고 결혼식과 피로연 참석하면 쫑난다.
근데 7월부터는?

3학기 시작때보다 더 심한 의미로 시간은 많아서 어디든 놀러갈 수도 있겠는데 차마 그래서는 안 되는, 출근하는 알바를 구해서도 안 되고 오로지 자존심 깎아가며 이력서를 들이밀고 하염없이 그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8월에는 논문제출자격용 종합시험이 있지만 그 공부를 미리 할 자세는 안 되었고. 하루에 하나씩 리뷰와 여행기를 쓸까 생각해보았자 지켜질 리도 없고.

그렇게 발끝이 땅 위에 5cm 정도 떠 있는 상태에서 들이민 이력서에 대해 한 통은 미안한데 남자를 구하고 있다, 한 통은 거기 말고 다른 데 어떠니, 한 통은 저번에 봤던 데라는 답신이 왔다. 맥이 빠진다. 하지만 저번에 봤던 데에 대해, 일단 당장 오늘 헤드헌터를 만나고 왔다. 어떻게 되든 간에, 면접은 못 봐도 헤드헌터라도 만났다고 해두면 조금 기분이 나으니까. 일이 너무 빡세서 전임자가 6개월 만에 그만둔 곳이라. 흐음. 저번엔 곧죽어도 Work & Life Balance가 중요하다며 저어했지만, 지금은 한 번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1년 휴학하고서 1학기 정도 즐겁게 버텨내었던, 그런 상황이랄까. 그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1년만 이 악물고 버티다가 또 놀아버리는(그리고 세계일주를 떠나버리는) 그런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껄껄껄 웃는다. 이래 놓고 서류 떨어졌다고 연락 올지 모르지만.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이, 빡세게 한 번 일해보고 싶긴 하다.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힘들었을 때는 놀고 싶고 놀았을 때는 일하고 싶은. 지금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알바용 온라인 프로그램과 욕을 섞어가며 싸움을 하다 나와서 헤드헌터를 만나고. 저녁 시간에 강남까지 나왔는데 놀아야지 싶어서 이 사람 저 사람 찔러보다가 마침 오전에 잠시 메신저를 나눴던 회사 사람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카레를 먹고, 그 때 이후로 처음으로 포켓볼을 치러 가서 많이 배우고 왔다.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신기하다. 사람이 변하는 것이. 어떠한 상황이 즐거운가 아닌가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렇게 즐겁고 나면 집에 돌아가는 버스 길, 누군가와 이야기가 나누고 싶어 견딜 수 없어진다. 그만큼 외로워질 때도 가끔 있다. 하지만 주고받은 문자 몇 개와, 집에 들어와 오늘 일과 어땠냐고 물어오는 친구의 전화로 마음이 한껏 충만해진다.
그래서 의무감으로 쓰는 리뷰 같은 건 다음 날로 미뤄버리고, 갑자기 다시 읽고 싶어져 손에 든 <불의 검>을 쌓아놓고 이불 속에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굿나잇!

by kisa | 2009/06/22 23:36 | I am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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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야 at 2009/06/22 23:39
아, 나도 헤드헌터라도 만나볼까;;;
Commented by kisa at 2009/06/24 16:10
니야> 흑 언니 주기적인 이력서 업데이트(고칠 게 없어도 수정 버튼 눌러야 최신으로 뜸 - _ -)와 자존심 갉아먹는 스팸 메일 뿌리기는 꽤 중요한 듯.... ㅠㅠ
Commented by wbin at 2009/06/23 06:51
난 바쁜거 다 끝나서 이번주부터 좀 한가해서 살꺼 같아 !
Commented by kisa at 2009/06/24 16:10
wbin> 다 끝났냐... 축하해 ;ㅁ; 한가할 때 좀 재미나고 좋은 일 많이 하려무나
Commented by nomade at 2009/06/23 23:22
스윙이라. 혹시 신사역? .. 전에 친구가 동호회를 해서 구경간적이 있는데. 음.. 모랄까..
여자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 ..
모레.. 봅시당.
Commented by kisa at 2009/06/24 16:11
nomade> 여긴 연습실이 당산이라 하더라궁. ㅋㅋ
나도 후기 사진 보면서 '엇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제삼자가 보면 반대로 느끼겠구나 ㅋㅋㅋ
내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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