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4일
[Singapore Sling] 그녀에게
윤희가 결혼한다.
우와, 이토록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그것은, 그녀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순수하게 그녀의 결혼한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쪽에 가깝다.
22년 가까운 세월을 사귀어오면서
다른 친구들과는 가끔 하는 "우리가 결혼하면 비슷한 동네에서"이라는 가정을 입에 올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관계는 구체적인 미래를 상정하지 않는 것이 기본일지 모른다.
7살의 나이에 만나서 3년이 채 못 되는 시간을 함께 했다. 그 후로는 쭉 떨어져 지냈다.
나는 한국, 그녀는 영국, 나는 서울, 그녀는 일산, 그리고 또 그녀는 미국, 또 대전, 또 수원, 또 싱가폴.
간신히 1년에 한두 번 두어 시간씩 만나며 언제나 한결같이 마음이 통함에 반가웠고
변화를 겪어본 일이 없기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약속 혹은 가정조차 설 수 없었던 커다란 흐름과도 같은 관계.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한다니, 인생의 다른 기로로 접어든다니.
안 그래도 멀리 있어서 나랑 만나줄 시간이 없는 애가 원거리결혼으로 인해 더 바빠진다니! =ㅅ=;;
인생이 원거리인 아가씨, 부모님과도 떨어져 살더니 남편이랑도 떨어져 산단다.
결혼식 일주일 전에 한국 와서 결혼식 치르고 이틀 뒤 델룽 귀국한다니 뭥미?
그렇게 바빠가지고는 신랑을 미리 만날 시간은 물론 결혼식장 들어서기 전에 얼굴 볼 시간도 없겠잖아!
그래서,
싱가폴에 가기로 했다.
그녀가 올 시간이 없으면,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
장난 삼아 회사 때려치고 윤희네 집에서 살림하면서 고시공부라도 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고
휴직중인 동안 한번 보러가긴 해야겠다 하면서도 수업에 알바에 결국 못 갔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닥치면 일주일만에 비행기표 구해서 델룽 떠날 수가 있다.
결혼식 전 놀토는 단 한 번. 그게 하필 현충일 연휴라 좌석은 대부분 만석.
그래서 금욜 수업을 하나 째고 금토일월화수를 다녀오기로 했다.
윤희는 바쁜 직업 중에서도 끔찍한 것 중 하나인 투자 애널리스트라,
매일같이 새벽 출근에 새벽 퇴근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출근한 동안 집에서 알바하고 운동하고 주변 산책이나 하고,
주말만이라도 함께 식사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는 거다.
내 인생에서 딱 6년을 제외하고 함께해온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하룻밤 정도 오붓하게 이야기 나누지 않고 어찌 떠나보낼 수 있겠나.
결코 새 여권을 꼼지락거리며 도장 찍고 싶어 안달내다가 "앗싸!" 소리 지르고 냉큼 표 산 거 아니라규!!!
관광을 할 것도 아니고(3년 전 가족여행으로 다녀왔으나 대체 어딜 갔었는지 기억조차 안 남)
윤희네 집에서 잘 거고 해서 표를 끊고 나자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전날 생각해보니 일단 표를 프린트는 해야겠고 환전이란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고(;;)
가방도 싸긴 해야할 테고 걔네 집 위치가 어딘지 정도는 알아야 하고
회사에 있는 애랑 연락하려면 로밍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럴 때 3G가 아쉽긴 하다;)
혼자 노는 거야 능숙하지만 뭔가 하려니 죽어 있던 모디아도 살려내야겠고
사진도 심심하니 파류양한테 액션샘플러도 빌려보고 필름도 마련하고
친구들한테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봐서 면세점 주문도 해놓고
멍 때리고 있다가 하루 반나절 만에 모든 거 다 처리하려다가 바빠서 체 하는 줄 알았...
그렇게 3시 반까지 짐을 싸다가 5시 반에 일어나서 공항행 =)
다녀오겠습니다, 싱가폴에.
**
사실 팔아버리려던 모디아에 새로 백업전지까지 갈아끼워줬는데.
비행기 안에서 일기를 쓰고 도착해보니 CF카드 리더기가 없...
그래서 위의 내용을 전부 다시 타이핑 하고 있는 바보같은 나 - _ -
싱가폴 현지에서 매일매일 여행기를 올리겠다는 포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3일째인 오늘 1일째라도... =ㅅ=;
# by | 2009/06/04 01:37 | I remember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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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올!!!!@_@
동에번쩍서에번쩍하는구나야
그래도 역시 생각 많이 하는 버릇은 여전하군.
잘 다녀와요
아..그리고 회사건으로 전할 이야기가 있으니 나중에 오면 연락하쇼
덕분에 잘 다녀왔구요, 조언도 감사드려요!
큰 변화를 맞이하는것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 전해줘^^
단짝친구와 좋은시간 많이 만들고 돌아와*^^*
오늘리턴? 웨엘-카아아암-웰캄 ♡
한 달은 굶어야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