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세상 가득히

세상의 하고많은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에 문자 메시지를 매우 좋아한다.
문자통신학이라든가 SMS언어분석 같은 제목으로 논고를 쓰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내게 온 문자들은 두고두고 남겨두는 편이다.

하지만 핸폰 사양이 그다지 좋지 않은 까닭에 문자함이 가득차면 자꾸 메인에 보기 싫은 메시지가 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몰아서 한 번씩 문자함을 싹 정리해준다.
기억에 남는 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언들, 여러 번 읽어도 피식-하고 즐거운 웃음이 나오는 것들은 놔둔다.
반대로 지우는 것들은 이제 웃음이나 감동의 효력이 떨어지는 것들,
그리고 잊지 말고 연락하자고 남겨놓았던 메모와 같은 것들 중에서 이미 연락을 한 것들이다.

오늘 오전에도 맘 잡고 몇 군데 연락을 했다.
그 중 한 분은 이미 다른 회사로 이직하신 선배인데, 아아아주 가끔씩 스팸성 안부문자가 온다.
그냥 "선배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답문을 보내도 되었겠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메신저에 로그인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말을 걸었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해서 참 친근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는데
도무지 교집합이라는 게 없어서 특별히 관계를 유지할 "꺼리"가 없을 때가 있다.
애초에 같은 공간에 존재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관계라면 그 공간을 벗어난 후로는 우연히라도 스칠 일이 없는 것이다.
잘 지내는지 궁금은 하고, 한 번 보면 좋긴 하겠는데, 만나서 나눌 화제거리가 거의 없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자랑은 너무 자랑 같고, 불만은 너무 불만 같다.
딱히 사생활을 공유할 정도로 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데이트할 이야기도 적고, 이제와서 꺼내기도 뭐하다.
그렇다고 날씨 얘기를 할 거야, 정치 얘기를 할 거야.
분위기를 띄우고 웃긴 얘기를 억지로 하는 단계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간단하게 취조를 한다.
어느 공간에 있나요?
특별한 변화는 없었어요?
저도 뭐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이것.


세상이 행복해지는 즐거운 일 없나요?
있으면 좀 나누어 주세요.
없으면 그런 일이 생기길 바랄게요.


'뭐 재미난 일 없냐'고 뜬금없이 연락하던 선배의 입버릇이 내 버전으로 바뀐 듯한데.
참으로 모두에게 행복하고 행복해서 입이 쩍 벌어지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숑숑 생겨나길 바란다.
그런 좋은 소식을 전해듣길 원한다.
그래서 축하하고, 함께 즐거워하고, 그런 기운을 입어 나도 또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세상 가득히 사랑을.


당신에게도 내게도, 환히 웃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때.

by kisa | 2009/05/28 23:58 | I am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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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bin at 2009/05/29 06:38
핸드폰 연결 프로그램으로 컴에 백업해보는건 어때? (....)

이번주 내내 야근했더니 피곤에 쩔어있는 금요일 ㅠㅠ 토요일도 출근해야된다...조만간 보아요...ㅠㅠ
Commented by kisa at 2009/05/29 10:34
wbin> 생각날 때 한두 달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서 엑셀 다운로드 하지만 다시는 열어보는 일이 없더라구.. ㅎㅎ
야근 힘들구나 ㅠㅠ 사무실이 양재인 거야? 조만간 보아~
Commented by Enigma Box at 2009/05/29 13:01
통신사를 뭘 사용하죠?KTF라면 부가서비스를 이용해봐요.
문자메시지 2000건까지 저장되니까...
(KTF 상담원 같잖아...)
Commented by kisa at 2009/05/29 15:34
EB> 저 그거 사용해요...; 근데 여러분... 여기서 요지는 문자가 저장이 안 되어서 아쉬운 게 아니라요;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몇 번씩 곱씹어보고 되새기면서 문자 하나에 웃고 행복해하고 한다는 것이지요 =)
참고로 3년 전 문자도 몇 개 남아 있답니다 :)
Commented by m*nt at 2009/05/29 13:08
... 저 답글들을보니 다이어리에 옮겨적어놓는내가 원시인같.... 프 :-9

키사에게 사랑을_ ♡
Commented by kisa at 2009/05/29 15:36
m*nt> 프프 나두 예전 홈페이지 비밀 일기장 키우던 시절에는 몇 개씩 옮겨봤었는데.
사진도 그렇고, 편지도 그렇고. 떼로 쌓여 있으면 그 소중함을 잘 모르지?
어쩌다 발견되는 추억 하나가 소중한 것처럼...
걸르고 걸러, 영글고 익어 빛나는 것들.

꺄 하트 > _ <♡
Commented by wbin at 2009/05/29 17:51
응 양재. 포이사거리에 있음. 평소엔 차가지고 다니니 여유 있을때 부르세염
어째 나보다 더 바쁜거 같아 ㅋㅋ
Commented by kisa at 2009/06/02 22:27
wbin> 응 아무래도 내가 더 볼일이 많은 듯한 느낌?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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