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7일
[도서] 악인 :: 악인은 누구인가를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
악인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사실 소설이란 것도 다분히 시대를 타는 물건이라 '새로움'과 '충격' 같은 건 같은 시퀀스에 서지 않으면 잘 알아채지 못한다. 고전이란 그런 것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을 지칭하지만 어디까지나 탄생한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악인>은 독특한 서사랄지 그런 거에 대해 딱히 감동 받은 부분은 없었고, 일본국제교류기금에서 번역가상을 수여할 만큼 뛰어난 문장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갔다.
하지만 한 가지.
"그는 악인이었던 거죠? 그런 거죠?"
이 대사의 의미를, 뒤늦게 알겠다.
상대가 과연 진짜로 나쁜 사람이었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 뒤에 숨겨진,
자기가 피해자로 서고 싶은 마음.
여인은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떠들다가 상대를 진짜 악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상대는 주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악인이 된다.
피해자는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를, 상황을 비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도 않고 반성을 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을 거대한 악으로 몰아간다.
나쁜 날씨를 탓하고, PMS를 탓하고, 교통혼잡을 탓하고, 나쁜 타이밍을 탓하고.
사소한 문제에서건, 거대한 문제에서건,
겸허한 마음과 자기 반성이란 것은 현대인에게, 우리들에게 아득한 사상이 되어버렸다.
# by | 2009/05/27 00:10 | I lik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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