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5월, 전주국제영화제 나들이


!준비
대학생 때도 못 가봤던 영화제를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모두 승미 언니 덕분! 차표나 영화표 예매를 모두 마쳐두고 전날 일기예보 확인을 했더니 토욜 일욜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완전 낙담. 밤 11시였는데 너무나 짐 싸기가 싫더라. 비가 오면 추운 거 더운 거 바지 젖는 거에 우산까지 다 챙겨야 하잖아 ㅠㅠ 비 맞기 전부터 기분이 꿀꿀.

!날씨와 교통
하지만 흐린 날씨는 돌아다니기에 꽤 좋았고 저녁 때 내린 약간의 비도 오히려 축제 분위기에 약간 흥겨웠다. 다음 날은 예보와는 달리 너무나 화창하고 뜨겁다시피 해서 깨끗해진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룰루랄라.
간만에 타보는 새마을호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열차카페(식당칸)을 보고는 완전히 신난 서울촌사람이 여기 한 명. 음식은 물론 오락기에 인터넷PC에 노래방박스에 마사지의자까지 있더라! * _ * 신기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가준 언니는 친히 500원짜리 테트리스까지 한 판 시켜주셨다 ㅎㅎ
돌아오는 날은 평일인 월요일이어서 고속버스를 탔는데, 하나도 안 막히고 날씨는 너무 좋고 풍경도 평온해서, 무진장 해피했단 말씀.

!사람
이번 나들이는 정말 재미나게 꼬리에 꼬리 물듯 사람을 만났다. 승미 언니랑 같이 내려갔지만 점심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전주 소녀 수희랑 약속을 해서 함께 먹었다. 마침 남미사랑에 도착했던 날 처음으로 얘기 나눴던 수희의 여행친구 효정이도 와 있었고 그 효정이의 친구(키아라 나이틀리를 무척 닮았다, 한국적으로)는 밥만 같이 먹고 먼저 서울로 떠났다. 하루 먼저 와 있던 승미 언니의 친구 웁스님은 어쩌다보니 같은 회사인 골룸님과 동행하고 있었는데 그날 밤에 몇 번 만난 소개팅남이 전주로 달려 내려 왔다 하여 저녁은 다섯 명이 함께 먹게 되었다. 거기에 언니와 웁스님의 친구님은 전주의 신혼집을 우리 숙소로 제공해주시어 "얼굴보다 침대를 먼저 알게된 사이"(스윗 딜리버리 참조)가 되었네그려. 일욜에 받은 전화에 민쓰군은 가족과 함께 와 있다고 하고 월욜에 받은 문자에 아인양도 있다더니 서로를 모르는 그들은 내가 없는 다른 극장에 함께 앉아 있었을 상황이고 ㅎㅎ 서울에 올라와보니 엽오라방은 시차를 두고 다녀가셨다 하고 홍콩반점을 추천해줬던 가당찮군은 예매까지 해두고는 입원해버렸다는 시츄에이숑.
모두들 각각 다른 시간에 왔다가 다른 시간에 떠나는 재미난 모자이크. 그래서 더욱 신나는 것 같은 축제.
(하지만 의외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거리
점점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전주의 "영화의 거리". 축제 기간이 아니라면 꽤나 썰렁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화창한 날씨의 주말을 끼고 엄청나게 북적거렸다. 곳곳에는 영화와 관련된 그림, 사진, 모델 전시가 있었고 길 가다 감독이나 배우를 몇 명씩 마주치는 현장. 내가 무엇보다 재밌어 한 것은 역시 영화라는-지금은 굉장히 대중적이지만 한때 꽤 마니악한 분야였던- 매체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큼 차림새들이 상당히 개성적이었고 유행에 따라 패셔너블하기보다는 진짜 자기 취향대로 편한 대로 입고 꾸몄다는 느낌? 역시나 유행을 타지 않는 각양각색의 카메라도 다들 메고 있었고 말이다.

!사진
비도 온다고 하겠다 짐이 귀찮아서 아예 카메라를 두고 온 나 - _ - 사진에서만큼은 남미를 다녀온 뒤로 상당히 식어버렸기에 사실 안 찍은 지 상당히 오래되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훈늉한 찍사가 함께 있다 * _ * 맘 편히 "찍어조!"라며 모든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ㅎㅎ 이렇게 덥썩 받아먹은 사진을 오랜만에 뽀샵질해가며 올렸습니당.

!음식
맛난 막걸리와 술상은 아쉽게도 포기하였지만.
성심여고 앞 <베테랑 분식>의 칼국수+콩국수+쫄면+만두.
<맘은 콩밭에>에 실패하고 왜인지 모르지만 전주에 있는 <원조 함흥냉면>에서 냉면 아닌 돼지떡갈비정식을 얻어 먹었고.
아침은 된장녀 스타일로 눈에 띄었던 <panini>에서 모짜렐라 바질 페스토 그리고 토마토 소스 올리브 파니니를.
전주에 온 만큼 그 유명한 비빔밥을 먹으려다 첩보전 끝에 40명 대기중인 <가족회관>을 포기하고 20명 대기한 <성미당>으로 고고씽. (우리를 안내해주신 골룸님은 결국 영화 시간에 쫓겨 패퇴) 1번 메뉴를 먹겠다는 야심으로 육회비빔밥 대신 전주비빔밥을 시켰는데 막상 와보니 1번 메뉴가 육회여서 좌절하던 순간 주문이 잘못 들어간 덕분에 결국엔 육회를 냠냠.
하도 많이 먹은 탓에 저녁은 간단히 <김밥마리와 롤>에서 쫄볶이와 우동으로 때우고.
다음 날 아침은 불면의 밤에서 나누어줬던 쥬스와 빵!
피날레 점심은 주도면밀하게 미리미리 추천받은 <홍콩반점>의 고추짜장을 먹었는데 청양고추가 송송 우와아 맵다!
생각보다 예쁜 카페도 많아서 여기저기서 커피도 레몬에이드도 치즈케익도 중간에 보급.

정작 영화제 일기에서 영화 얘긴 빠지고 ㅎㅎ 안 그래도 감기 걸려서 갔는데 극장 안 공기가 건조하고 그래서 기침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 _ ㅜ 그래서 지금까지도 켈록켈록 머리는 띵......
하지만 정말 신명나는 축제판이라는 이름이 딱인, 그런 2박3일 나들이였다.

by kisa | 2009/05/06 23:13 | I am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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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oon at 2009/05/07 08:17
재밌었겠다~
Commented by kisa at 2009/05/07 23:30
moon> 이런 말 하면 이해 안 갈지도 모르지만. "진짜" "노는" 기분?
아냐 언니라면 이해할지도 몰라 ㅋㅋㅋ
Commented by nomade at 2009/05/07 20:34
ㅎㅎ 영화는 안본줄 알겠구리..
Commented by kisa at 2009/05/07 23:31
nomade> 영화 감상은 1년치가 밀려서.. - _ -; (여행기는 6년치가 밀렸다;)
Commented by Lon at 2009/05/07 22:59
잘 다녀왔구만, 좋았겠다. 흐흐.
Commented by kisa at 2009/05/07 23:31
Lon> 언제 우리도 이렇게, 하룻밤이라도 해야 하는데!
Commented by Lon at 2009/05/07 23:41
꼭꼭, 그러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kisa at 2009/05/07 23:49
Lon> 농사일 잘한다면 양수리에 언제든지 환영 ㅋㅋ
Commented by minx at 2009/05/08 09:21
전북대에서 같은 영화 봤다던 그 후배 한명이 아인님이었구나ㅋ
시간이 맞았더라면 커피라도 한 잔 하는건데 아쉽다.(영화거리에 코피루왁 카페 있던데..)
길건너 한지축제도 다녀와서 여러모로 영양가 만점이었던 연휴~

근데, 성미당 너도 갔구나ㅎ 하긴 나도 웨이팅30분크리ㅋㅋㅋ
밥양이 너무 적었음;
Commented by kisa at 2009/05/08 15:20
minx> 넹 아인님이셨음 ㅋㅋ
코치루왁 카페가 무엇? 진짜 왜 아무도 우연히 마주치지는 못했을까 아쉬워. 생뚱맞은 장소에서 조우하는 것도 맛인데!
나도 한옥마을이랑 거기 한지공예 하는 거랑 성당이랑 둘러보고 왔다. 그날도 하늘이 맑았으면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잠 자면 딱 좋았을 텐데.

성미당, 솜씨라든가 정성은 훈늉했지만 침 돌게 환상적인 맛은 아니어서 조금 섭섭했음.
너무 기대가 컸나? ㅋ
Commented by minx at 2009/05/08 16:35
카모메식당에 나오는 주문 있자나, 코피루왁!
중앙매표소쪽으로 지나가다가 간판에 Kopi Luwak라고 써있길래 아- 했지ㅋ
난 전동성당에서 미사드렸어 밖에 바자회하느라 정신없었는데 들어오니까 시원하더라
성미당 비빔밥이 비벼져 나와서 깜놀ㅎㅎ
Commented by kisa at 2009/05/11 00:59
minx> 안 봤... 봐야 하는데, 메가네도.
가족회관은 사골국물밥이래고 성미당은 비벼나오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진짜로) 붙어있길래 아 그런가보다 했다.
근데 내 입맛은 싸구려라 고추장 냄새 팍팍 나게 비비는 게 좋은데... ㅋㅋ
Commented by 아인 at 2009/05/28 21:01
아, 전주- 정말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
벌써부터 내년이 그리워지는 걸요-ㅎ
Commented by kisa at 2009/05/29 00:26
아인> 이전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몽글몽글 꿈 같은 시간 XD
다음엔 음악영화제에 가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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