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26일
[만화] 꿈과 사랑 그리고 화려함! :: 젤리빈즈
그래... 그거야. 연인에게 기분 좋게 느껴지고, 그런 남자애의 사랑을 받고-
'그런 여자애가 되고 싶어'가 아니라...
어디엔가 있는 그런 애가 입고 있을 옷을 상상하자.
'사랑하기 위한 옷'이 아니라...
어떤 포즈를 취해도 귀엽고,
언제든 자기다운 사랑스러움이 나오는 옷.
숨이 막힐 정도로 꼬옥 안겨서...
눈물이 나올 만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어떤 드레스를 입고 싶나요?
어떤 샌들을?
어떤 액세서리를?
안노 모요코. 독특한 그림체에 극적인 연출방식과 개그, 본인의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도 유명한 대작가. <해피매니아> <러브마스터X> <젤리인더메리고라운드> <젤리빈즈> <슈가슈가 룬> <워킹맨> <사쿠란> 등의 작품과, 여러 코스매틱, 패션, 다이어트 등 실용 에세이도 유명하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한 <감독부적격> (혹은 <감독불행신고서>)란 책도 있다. 대체 안노 히데아키 같은 남자와 사는 여자는 어떤 사람이냔 말이냐. (난 왠지 안노 감독 하면 턱을 괴고 있는 겐도 사령관의 모습이 떠올라버린다. 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대체 어떻게 될지도 심히 궁금하다.) "난 이런 걸 좋아해!"라고 외치지 않아도 그녀의 행적을 미루어보면 그녀란 사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새로움을 추구한 화제작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본 작품 중 <젤리 빈즈>를 가장 아낀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환타지가 빛을 발한다고 해야 할까. 초기 작품들(<젤리인더메리고라운드><해피매니아>등)은 방방 뜨고 빙빙 돌고 굵직한 맥락이 없이 정신 없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작가의 관록에서 뿜어져 나오는 현실감이 단단히 받쳐주기에 그 위에서 한 겹 펼쳐진 상상력이 흥겨운 것이다. <워킹맨>의 경우는 일하는 여성(그리고 남성)들의 일상이 디테일하면서 정말 공감가는 현실로 표현되어 있고, <슈가슈가 룬>의 경우는 완벽한 판타지면서도 전형적인 구성을 깔고 그 위에 창의성을 발한다.
그 분기점으로 보이는 <젤리 빈즈>는 아마도 CUTIE라는 패션 잡지에 연재 됐을 듯.(Zipper에 연재된 <파라다이스 키스>처럼) 한 회 8페이지라는 짧은 페이지 안에 각 화의 주제에 따른 스토리가 진행되고, 개그와 화려함이 한번에 녹아들어 있다.
시골 출신, 패션을 좋아하는 모델 지망 중학생 마메코의 성장 과정에 대한 것이다.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것에서 디자이너로서의 꿈에 눈을 뜨고, 자극을 받고, 노력하고, 한 걸음씩 올라서고. 아무리 어리고 철 없는 소녀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있다. <젤리 빈즈>는 어느 순간 몽글몽글 솟아나는 패션 아이디어를 마메 안의 환상의 세계로 표현한다.
환상적인 색깔이야... 오렌지에 노란색에 초록색.
저 오묘한 칼라의 그라데이션.
이런 천이 있으면 진짜 예쁠 거야-
이 입사귀를 한 장씩 이어서 가을 숲속 같은 케이프를 만들어볼까?
두르는 순간 요정으로 변신!!
낙엽 모자에 끈끈이 부츠
달빛 가득한 숲에서 비밀스레 빛나는 버섯을 찾아야 해.
흑백원고인데도 그 다채로운 색상과 반짝반짝 빛나는 비즈와 스팽글 등 화려한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다. 그런 페이지의 환상 속의 모델이나 표지 등을 장식한 캐릭터의 의상과 스타일도 한 컷 한 컷 시선을 사로잡는다.(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작가도 좋아라 그렸을 듯한 느낌?) 내용 안에서는 늘 그렇듯 카리스마 넘치는 동경의 대상들이 등장한다. 이미 스타인 밀리, 천부적인 재능을 지는 안도에 대한 동경, 같은 시골 출신이면서도 훨씬 앞서서 모델계로 진출하는 니키에 의한 자극.
꼭 <유리가면>의 마야처럼 천재이거나 아유미처럼 완벽한 노력파가 아니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바치고 솔직하게 매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멋지다는 느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직 어리버리한 중학생의 사랑이 성장해나가는 것도 재밌고, 막상 시작하려고 자리잡고 앉으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것도 공감 ㅋㅋ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주변의 다른 누구와 비교를 하게 되고 재능의 한계에도 부딪히지만.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누구나가 가야할
고독한 밤
재능따위 없다는 거 사실은 알고 있어.
초조와 어둠
난 아무것도 없어.
표현하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모두...<유행하는 뭔가>를 쫓아가면서 자기한테서 나온 것처럼 생각하는 것뿐이야.
그래도 옷을 만들어.
아무도 본 적 없는 드레스를 발명할 수 없어도
입고 싶은 옷을,
사람들에게 입혀주고 싶은 옷을,
우린 만들 수밖에 없어.
안노 모요코의 작풍은 야자와 아이와 비교될 듯한데, 야자와의 작품이 '드라마'라면 안노는 '뮤직비디오'같은 느낌의 연출. 천천히 몰입하기까지 바탕을 깔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냥 컷에서 그 순간 그 순간 화악! 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중 <젤리 빈즈>는 젊은이의 꿈과 사랑이라는 가장 모범적인 스토리라인 속에서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안노 모요코의 작품은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떠나 누구에게나 "자극"이 되는 작품들이니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 by | 2008/04/26 22:10 | I lik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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