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마주해야 하는 것들

발의 붓기가 빠지고 복숭아뼈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에 나는 깨달아야 했다.
당장에 정신을 차리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걸.

로모가 날 배신하여 기다린 사진을 감격하며 되새겨볼 일도 없었고
즐겁고 황홀했던 시간보다는 그 감동을 옆에서 삼켜버린 동행자에 대한 성토가 앞섰다.

2008년에 대한 마무리도, 2009년에 대한 다짐도 모두 미루어두었던 나는
갑자기 뒤늦은 한 해의 시작과 함께 대학원의 등록과 수강신청, 2박3일의 워크샵, 휴직기간의 종결, 회사 분위기의 탐색, 새 직장에 대한 고민, 부모님의 은퇴, 자립의 계획, 결혼의 압박, 심지어는 얼른 애를 나으라는 친구의 종용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대략 48시간 동안에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는지 결국 난 미가펜 신세를 져야 했다.

28세의 출구를 힘껏 밀어 문지방에 걸쳐놓은 것뿐이었다.
1월의 신정이 되건, 2월의 구정이 되건, 3월의 신학기가 되건, 4월의 새 회계년도, 혹은 생일이 되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일.

그 기간동안에 내게 주어진 선택지를 세심하게 판단하고 골라, 일단 다음 스텝 정도는 확보해두어야 하는데.
인생사 앞길 알기 어렵고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 하루 정치와 세상에 대해서 잔뜩 논했지만,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볼 일이었다.
나 또한, 노선의 색깔은 정했다한들 그 방향보다는 효율과 동선에 집착해 가끔씩 시야를 흐리곤 하지 않는가.
여행을 하며, 차츰 손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는 꿈들 중에 조금은 굳건한 줄기를 하나 붙잡았는데.
어떻게 하면 그 줄에 가깝게 갈아탈 수 있을까...?

변함없이 하루하루의 게으름과 허송세월을 질책하며 행동보다는 변명 혹은 자기비판에 힘쓰는 어린 나는 이제 조금 크기를 줄여놓고,
보다 여유를 갖고 사소한 집착을 버릴 수 있는 성숙한 나를 키울 수 있을까.

일관성 있고
배려가 있고
욕심이 있고
이상이 있고
행동력 있는
.               내가 되고 싶다.

나이 하나에 믿음 하나 정도씩 더 쌓아갈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면.
조금 덜 부끄러울 것 같다.

by kisa | 2009/02/24 23:45 | I am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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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달그림자 at 2009/02/25 00:34
...나도 좀 제발.. 이랄까.
아무도 밀어내지 않고 있는데 - 적어도 겉으로는? - 나 혼자서 마구 나를 밀어내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놀아본 적이 드물어서 그런가. 좀 그렇네.
돌아온거야? 보고 싶다.
Commented by kisa at 2009/03/07 17:04
우잉 답글이 날아갔다!

넌 좀 놀아도 돼.
아마 이런 내용이었을 거야 ㅋ
Commented by 달그림자 at 2009/03/07 20:48
아아, 근데 노는게 어색해. 충분히 놀았어. 이젠 좀 달려도 되지 않을까 싶달까나..
Commented by 윈드라이더 at 2009/02/27 00:09
돌아왔구나!! *_*
발은 이제 괜찮니?
정신없겠지만, 조만간 시간을 좀 내 주어요^^
Commented by kisa at 2009/03/06 16:35
윈디> 옹 우리의 데이트 코스를 짜고 있어요 =D 빛나는 날을 누려보아요
Commented at 2009/03/05 16: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kisa at 2009/03/06 16:36
N> 뭐 이래서 언론이란 못 믿는 거지? ㅎㅎ
바꿔 말하면 너도 언능 행복해져라-라고 알아듣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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