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5일
[물빛사막으로] 시시한, 극복하기 힘든
자질구레한 불편이 아닌, 앞으로의 모든 것을 어둡게 하는 고민을 안고 혼자 잠드는 밤은 정말 무겁다.
깨서 일어나면 해결되어 있길 바라는 것도 너무나 순진한 옛 이야기.
새벽, 불안함으로 꽁꽁 무장한 채 온갖 중요한 게 든 가방을 둘러매고 젖은 머리로 호스텔 앞에 나서본다.
햇빛이 하얗게 시야를 칠한다. 바다가 소리 없이 넘실거린다. 그냥, 웃어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햇빛은 너무도 잠시뿐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방음막으로 가두어져 혼자인 것만 같다.
형형색색의 예쁜 집, 반짝이는 나무와 꽃들, 바닷가로 이어지는 골목길.
그런데도 나는 '왼쪽? 아니면 오른쪽?'하고 끊임없이 불안함 속에 주사위를 돌리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르려고 했던 곳을 미리 와버렸네. 그럼 맞질 않는데.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아님 반대로 돌까? 왔다갔다 하긴 싫은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고 싶은 게 뭘까?
여기서 쉴까? 아니며 일단 저기까지 가볼까?
어디에 가야 제대로 본 걸까.
아침에 서둘러서 다른 사람을 쫓아갈걸.
그러면 최소한 이런 고민은 안 하고 쉽게쉽게 갈 수 있었을 텐데.
벤치에 걸터앉아 잠시 선을 끄적인다.
교회와 비탈길과 나무와 꽃. 눈으로 빛깔을 따라가다보면 조금은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러나 머지 않아 또 일어나 발걸음을 옮겨야 함을 알고 있다.
어디로?
모험이 싫어서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리조또 데 마리꼬스"를 주문한다.
앞뒤로 맥주나 와인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각자의 화제를 나누는 가운데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제발 혼자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냥 눈으로 귀로 몸으로 흡수하는 모든 것으로 행복할 때도 있고
혼자인 내가 사람들을 엿보며 즐거워할 때도 있다.
지금과 같은 때는 가장 나쁜 종류의 고독이다.
자의가 아닌 고독조차도 아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르는 불안으로 가득한 고독.
누군가 딱 한 사람이라도 내 말을 받아주고 내게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 사라질,
시시하지만 지독한 고독.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로 가로막혀 수십 개의 계단을 넘어야 함을 발견했을 때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낯서 1월의 더위 때문만은 아닌 피곤함으로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에 몸을 맡긴다.
시간만은 넘쳐 흐른다.
미라플로레스쪽으로 걷는다던 Reg가 돌아와 웃으며 인사한다.
그는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왔나보다.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나는 함께 가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혼자인 건 6일 정도로 족했다.
# by | 2009/01/05 11:18 | I remembe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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