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2일
[이런생각] 한국어능력시험 결과
"키사양, 한국어능력시험 보지 않을래?" 하고 윈디언니가 말했을 때, 난 이 시험을 KBS 입사용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8월에 한 번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연3회 정도 있고, 올해는 10월이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같은 국문과 동지로서 흔쾌히 OK 했다. 그리고 접수 막날 문정 언니를 꼬셔서 응시하게 만들었다. 각자 다른 시험장에서, 그냥 한번 보는 것이다. 이게 찾아보니까 상당히 어렵다고 하고, 성적이 어디 적용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담 없이, 사명감보다는 애정으로.
시험을 보면 평소의 국어 사랑이 어쩌고 그런 말을 못하도록 코가 납작해질 거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반면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로는 보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 또 보고, 공부하고 사전을 찾아보는 그 자세가 중요하지 뭐! KBS 한국어능력시험은 2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데, 듣기평가도 20분 정도가 있다. 요즘 상황을 리얼하게 반영해서 왠지 기특하단 느낌이었는데, 특히 콜센터에게 불평 전화하는 다이얼로그가 무지하게 맘에 들었다 ㅎㅎ 그러고 나서 앞부분에서 맞춤법 몇 개 맞추려고 끙끙대다보니 뒷부분에 지문 긴 문제를 풀 시간이 완전 모자라더라. ㅜㅜ
그러고 10일 만에 성적이 나왔는데, 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 이상의 성적...! 크하하 내년에는 공부해서 한 등급 더 올리는 거샤! 특히 영역별로 보면 국어문화 백분율... 장난 아니다. 시험 배점이 문제지 순서대로는 아닐 터인데, 내가 막판에 찍은 10개 정도의 문제에서 다 틀린 듯한 이 모습은... =ㅅ= 어쨌거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즐거운 결과였다.(자랑자랑)
통신어체, 외계어의 난립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아예 언어가 파괴되는 추세다. 그냥 맞춤법을 모른다거나, 관용적 표현을 모르는 것을 넘어서서, 단어의 용례를 모르고, 자연스런 주술 구조나 부사와 서술어의 호응도 알지 못한 채 쓰고들 있다. 그냥 재밌자고, 귀여워 보이려고 쓰기 시작한 것이 서서히 파고들어 근본을 좀 먹고 있다. 어린애가 아니라, 꽤 차분한 어투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글을 쓴다 하는 사람도 너무나 어이 없을 정도의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다 이해하면 됐지 뭐하러 정확히 쓰냐고? 언어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 도구다. 대부분의 인간은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사고하지 못한다. 음이나 몸동작, 색채에 대한 것은 직관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논리적인 것은 순차적인 흐름의 언어적 사고를 요구한다. 물론 수학 기호나 컴퓨터 언어도 같은 맥락이다. 테드 창의 단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설정은,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적인 구조를 지닌 헵타포드의 언어와 사고였다.
언어를 구사할 줄 모르게 되면, 사고의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모범답안대로 논술을 쓸 줄 아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언어를 무시하고 그 규칙을 무시하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상상이 가는가? "달라"를 "틀려"라고 말하고 "그렇대"를 "그렇데"라고 쓰면 뭐가 안 되냔 말이지? "낙지"를 "낚지"라고 버젓이 쓰고, "떡볶기" "떡뽂이" "떡뽁기"라고 쓰면서 "떡볶이"라고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말하지? 머지 않아 우리는 어린 날 김 모 가수를 비난했던 우스갯소리처럼 "닭"을 "닥"이라고 써놓고 누가 옆에서 찌르자 ㄱ을 ㄲ으로 바꿔써놓고도 '그것 좀 틀리면 어때'라고 입을 씰룩거릴지 모른다.
나도 방금 "우스갯소리"인지 "우스개소리"인지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합성어에서 사이시옷은 주로 우리말+한자어의 결합에서 들어가지만 예외가 너무 많아 도통 외울 수가 없다. '-이'인지 '-히'인지는 아무리 발음해봐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거, 틀릴 수 있다. 맞춤법도 해마다 바뀐다. 아직도 아버님은 '-읍니다'를 고수하고 계신다. 윈디언니가 보여준 한국어능력시험 교재를 보았을 때, 전혀 몰랐던 것, 틀리게 알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 많아 기겁했다.
하지만 올바르게 알고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는 중요하다. 영어는 빨간 줄 쳐진 거 고치면 되지만, 한국어는 그게 왜 틀렸는지 한 번만 더 읽어보면 그 안에 원리가 숨어 있다. '웨드네스 데이"를 "웬즈데이"라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한국어 맞춤법 복잡하다고 화내기엔 좀 민망하지 않나? "다이어리(Diary)"을 무심코 발음 순으로 "데어리(Dairy)"라고 적고 계시지는 않은지? 통신어체, 유행어, 편한 말투. 변용해서 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고, 새로운 단어의 창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디까지 '변용'이란 것은, 기초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른 게 무엇이라는 집단의 인정과 공유가 없으면, 더 이상 언어라는 것도 없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남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가 같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 언어이고 소통이기 때문이다. 기표와 기의는 이 다음 문제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진다. 간결한 논리구조를 지닌 글을 써본 지 오래다. 블로그에서 글을 쓰면서, 어떤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 것보다는 생각나는 것을 전부 옮겨적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해졌기에, 내 생각을 추스리는 것도 점점 힘든 일이 되어간다. 그래서 한참 써놓고는 뭔가 일관성이 없거나 마무리가 안 되면 문단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고친다. 내 생각의 흐름도, 점차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논술을 가르쳐보면서 학생에게 요구했던 것을, 막상 수험의 속박에서 벗어나 세상에 찌들어가고 있는 누나는 딴청 피우며 모른 체하는 것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갈고 닦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한강을 건너려면, 숨막히는 것을 참고 팔을 뻗어야겠지, 하고 생각한다.
KBS한국어진흥원 KBS한국어능력시험 홈페이지 http://klt.kbs.co.kr/
시험을 보면 평소의 국어 사랑이 어쩌고 그런 말을 못하도록 코가 납작해질 거라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반면 그렇기 때문에,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로는 보는 게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고 또 보고, 공부하고 사전을 찾아보는 그 자세가 중요하지 뭐! KBS 한국어능력시험은 2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데, 듣기평가도 20분 정도가 있다. 요즘 상황을 리얼하게 반영해서 왠지 기특하단 느낌이었는데, 특히 콜센터에게 불평 전화하는 다이얼로그가 무지하게 맘에 들었다 ㅎㅎ 그러고 나서 앞부분에서 맞춤법 몇 개 맞추려고 끙끙대다보니 뒷부분에 지문 긴 문제를 풀 시간이 완전 모자라더라. ㅜㅜ


통신어체, 외계어의 난립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아예 언어가 파괴되는 추세다. 그냥 맞춤법을 모른다거나, 관용적 표현을 모르는 것을 넘어서서, 단어의 용례를 모르고, 자연스런 주술 구조나 부사와 서술어의 호응도 알지 못한 채 쓰고들 있다. 그냥 재밌자고, 귀여워 보이려고 쓰기 시작한 것이 서서히 파고들어 근본을 좀 먹고 있다. 어린애가 아니라, 꽤 차분한 어투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글을 쓴다 하는 사람도 너무나 어이 없을 정도의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다 이해하면 됐지 뭐하러 정확히 쓰냐고? 언어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 도구다. 대부분의 인간은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사고하지 못한다. 음이나 몸동작, 색채에 대한 것은 직관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논리적인 것은 순차적인 흐름의 언어적 사고를 요구한다. 물론 수학 기호나 컴퓨터 언어도 같은 맥락이다. 테드 창의 단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설정은,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적인 구조를 지닌 헵타포드의 언어와 사고였다.
언어를 구사할 줄 모르게 되면, 사고의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모범답안대로 논술을 쓸 줄 아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언어를 무시하고 그 규칙을 무시하면 어떻게 변화해 갈지 상상이 가는가? "달라"를 "틀려"라고 말하고 "그렇대"를 "그렇데"라고 쓰면 뭐가 안 되냔 말이지? "낙지"를 "낚지"라고 버젓이 쓰고, "떡볶기" "떡뽂이" "떡뽁기"라고 쓰면서 "떡볶이"라고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말하지? 머지 않아 우리는 어린 날 김 모 가수를 비난했던 우스갯소리처럼 "닭"을 "닥"이라고 써놓고 누가 옆에서 찌르자 ㄱ을 ㄲ으로 바꿔써놓고도 '그것 좀 틀리면 어때'라고 입을 씰룩거릴지 모른다.
나도 방금 "우스갯소리"인지 "우스개소리"인지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합성어에서 사이시옷은 주로 우리말+한자어의 결합에서 들어가지만 예외가 너무 많아 도통 외울 수가 없다. '-이'인지 '-히'인지는 아무리 발음해봐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거, 틀릴 수 있다. 맞춤법도 해마다 바뀐다. 아직도 아버님은 '-읍니다'를 고수하고 계신다. 윈디언니가 보여준 한국어능력시험 교재를 보았을 때, 전혀 몰랐던 것, 틀리게 알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 많아 기겁했다.
하지만 올바르게 알고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는 중요하다. 영어는 빨간 줄 쳐진 거 고치면 되지만, 한국어는 그게 왜 틀렸는지 한 번만 더 읽어보면 그 안에 원리가 숨어 있다. '웨드네스 데이"를 "웬즈데이"라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한국어 맞춤법 복잡하다고 화내기엔 좀 민망하지 않나? "다이어리(Diary)"을 무심코 발음 순으로 "데어리(Dairy)"라고 적고 계시지는 않은지? 통신어체, 유행어, 편한 말투. 변용해서 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고, 새로운 단어의 창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디까지 '변용'이란 것은, 기초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른 게 무엇이라는 집단의 인정과 공유가 없으면, 더 이상 언어라는 것도 없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와 남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가 같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 언어이고 소통이기 때문이다. 기표와 기의는 이 다음 문제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진다. 간결한 논리구조를 지닌 글을 써본 지 오래다. 블로그에서 글을 쓰면서, 어떤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 것보다는 생각나는 것을 전부 옮겨적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해졌기에, 내 생각을 추스리는 것도 점점 힘든 일이 되어간다. 그래서 한참 써놓고는 뭔가 일관성이 없거나 마무리가 안 되면 문단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고친다. 내 생각의 흐름도, 점차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논술을 가르쳐보면서 학생에게 요구했던 것을, 막상 수험의 속박에서 벗어나 세상에 찌들어가고 있는 누나는 딴청 피우며 모른 체하는 것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갈고 닦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한강을 건너려면, 숨막히는 것을 참고 팔을 뻗어야겠지, 하고 생각한다.
KBS한국어진흥원 KBS한국어능력시험 홈페이지 http://klt.kbs.co.kr/
# by | 2008/10/22 23:15 | I reckon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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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고 싶은데, 국어학특강의 아픔이... 아, 내일 시험부터 걱정하자. ;ㅁ;
부담은 없이, 순수히 자기 욕심으로 공부하게 된다는 건 좋은 것 같아 ㅎㅎ
움 론 보름 정도 남았지;; 기운 내;;;
문제 자체가 재밌는 것도 꽤 있었던 것 같아. 오, 몰랐어!! 하는 표현들도 있궁.
찬찬히 한번 공부하고 싶다. 신문에 영어회화 나오는 것처럼 매일 한 가지씩이면 좋겠다!
참고서는 넘 두껍고 비싸... =ㅅ=
아니 근데 저 백분률의 엄청난 차이는?ㅋㅋㅋㅋㅋ
그래도 축하하오:)
역시 자네 국어사랑은... 집착(..)으로 이루어졌군.
문법에서 너무 집착해서 뒷부분을 대충 푼 것 아닐까..흐흐
다음엔 더 좋은 결과 있길:)
집착은 오덕의 힘!
오덕이 세상을 바꾼다! ㅎㅎ
킹오브 오덕 이런걸로..(...)
놀아줘 T -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