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9일
[자동기술]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난, 마음 먹은 일을 해왔다. 마감에 맞춰 회지를 내고, 한강을 건너고, 회사를 쉬고.
깨끔발로 한 번만 뛰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목표를 정해두고 거기까지 나아가기 위해 즐겁게 노력했지.
그렇지만 운동을 한다, 책을 읽는다, 매일매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런 건 하나도 하지 못했어.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그 한 가지가 한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 되고,
그 장소가 윈모누님 덕에 우유니 사막으로 정해지면서 다음 스테이지로의 진입은 수월했다.
그러나 막상 그 스테이지 안에서 나는 맥을 놓아버리게 되었다.
여행 정보도 하나도 알아보지 않고, 두근거림 한 조각도 갖지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할 뿐.
이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깊은 곳에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위아래 새파란 하늘이 비치는 그 땅을 밟고 서서, 내가 얻어갈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무엇 하나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고 올 뿐이라는 것을.
힘들어도 견디고, 복잡해도 풀어내고, 내가 있는 힘껏 애쓸 만큼 다음 목표로 정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두려워서, 외면하고 미뤄두고 있었다.
숨 차는 게 두려워 헤엄치지 않아. 피곤한 게 싫어서 집중하지 않아.
있는 대로 닳아버리고 내성이 생기고 중독되어버린 나의 몸을 달아오르게 할 것이 새로이 찾아올까?
모르는 것을. 알 수가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납득해야만 했던, 파랑새의 환상 같은 거란 사실을.
어차피 지금도 알고 있고, 무엇을 해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무언가 결과를 원했던가. 과정이 남기를 바란 것이었지.
어쨌거나 그 목표를 정하고 즐기려한 건, 그 자체가 굉장해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거였을 터인데.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냐가 아닌, 내가 얼마나 즐기려고 드느냐의 문제였을 터인데.
무엇을 그리 겁먹고, 잊으려 애썼던 것일까.
무언가를 깨닫는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해도, 쓸쓸함과 아쉬움, 서글픔, 이런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결국은 다시금 크게크게 돌아와, 내가 현재를 얼마나 즐기냐만이 인생의 관건이란 사실이 놓인다.
다가오지 않은 어려움을 걱정하지 말자.
결과에 지레 겁먹지 말자.
짜맞추지 말자.
이글루스 가든 - 한평생에 남을 세계여행 떠나기
# by | 2008/09/09 00:25 | I reckon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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