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텐션 재개 & 뒷담화 & 로그

#1.
아침 운동 들어가려는데 문자가 딩동. 계약하고 싶으니 3시에 오란 얘기. 네 알겠습니다.
아 이 사람들이 바쁜데 일손이 아주 급한가보구나 하고 웃었다.
사무실은 집에서 세 블럭이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는 걸어가기 힘든 거리다.
도착했더니 저번 설명회 때 뵈었던 분이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나눈다.
맞은 편에 있는 남정네의 살짝 우울하고 느끼한 인상을 보고 아? 했는데 아! 였다.
내가 ㅆㅑㅇ 소리 내게 했던 그 사람!
담당 대리님 얘기를 들으며 싱글벙글하며 나는 머릿속으로 그 인간한테 한 대 날리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당시의 로그 대공개.

나 : (xlsx 파일을 받고서/정중하게/부분발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엑셀 2003을 사용하고 있는데 관련 패치를 받아 설치했는데도 xlsx 파일이 잘 열리지 않네요.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2003용 xls 파일로 저장해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상대:(이메일 전문 발췌)
안녕하세요
이메일 잘 받아 보았습니다. 저에게 2003 엑셀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아니 너한테 엑셀 2003이 있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거든...?
나름 IT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애가 컴맹이냐...?

나: (깍듯하고 자상하게/부분발췌)
엑셀 2007에서 여시고 [다른 이름으로 저장]에서 엑셀2003 버전인 .xls로 저장해주시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에도 물어봤는데 엑셀 2007 쓰는 사람이 없네요.
상대:(이메일 전문 발췌)
지금 다른곳에서 2003깔려잇는곳에서 확인해봣는데
잘 열리는데요? 확인한번 해보시겠어요

아니 그 정성이 있으면 가르쳐준 대로 한번 해보믄 안 되겠니???
너 진짜 사회생활하고 있는 애 맞니?
게다가 네가 감수하는 영어가 네가 쓰고 있는 한글 수준이 아니길 심각하게 바라게 되는구나.

상대:(덧붙어 온 메일/전문발췌)
혹시 몰라 다시 보내드릴께욤.. 한글파일두 보내드리고 뷰어는 다음에서 다운받아서 해보세욤
작업은 복사하셔서 엑셀에서 작업 하시면 될껍니다.

파일 오류난 게 아니라 버전은 물론 확장자도 다르다니까 그러네 ㅠㅠ
게다가 엑셀도 아니라 한글에 붙이기... 그거 해봤자 복사해서 엑셀에 다시 붙여넣기 어렵그등?
뷰어가 있으면 뭐하니 너한테 저장해서 보내줘야 하는데 그거 내가 다 치리???
이러고 있다가 마침 론양한테 2007이 있어서 받아봄.
일단 공동작업에 최신 업그레이드는 금물이다. 쓰더라도 버전 다운 저장을 하는 센스는 있어야 한다.
요딴 식이어서 열받아서 먼저 보내줬는데, 그러고 온 답장이 가관이다. 
글자를 하나도 수정하지 말래나? 지가 보내준 그대로 작업하래나?
열이 뻗치고 있는 나 그래도 일단 납작 엎드린다.

나: 설명 주신 부분도 읽어보았는데, 혹시 제가 드린 파일에 본문을 수정한 부분이 있었나요?
일단은 노란 셀 표시 외에는 고친 게 없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공지하신 건지 아니면 제가 실수한 게 있어서 알려주신 건지
제대로 알아야 맞게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까칠함이 엿보이고 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일정이 틀어져서 2일 분량이 늦어지고 나는 담당대리가 실세라 판단하여 그에게 연락했더니
결국 상대로부터 장문의 독촉메일이 오게 되는데...게다가 틀린 문장이 너무 많다는 둥 자기 일이 엄청 많다는 둥.
이거 말투가 아무리 봐도 말이지;; 난 호주 유학파에게 심한 편견을 갖게 될 것 같아 - _ -
다음날 담당대리한테서도 전화가 와서 나는 인사팀 비기의 상냥함으로 대했다.
중간보스와 큰보스가 있을 때 중간보스가 열받게 굴면 큰보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과제다!
완전 납작 엎드린 채 달래놓고 3일째에 죽도록 일해서 마지막에 송신하려는데
네이버 메일은 왜 먹통이니 ㅠㅠ
전에도 그런 적 있는데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에서 멈춘 채 안 넘어간다. (마침표 두 개가 포인트)
다행히 메일 주소가 어렴풋이 기억나고 전화번호도 남아 있어서 너무너무 싫지만 확인 문자를 보낸다.

나: (대강의 내용) 메일서버가 다운돼서 그러는데 메일이 blabla@gmail 맞나요?
상대 :
blabla@gmail.com입니다.

...................................................너만 gmail 쓰는 거 아니그등???
나 @ 뒤에 서버 이름 오고 .com이든 .net이든 붙는 거 모르는 거 아니그등?? 80byte 맞추느라 잘랐그등???
아 끝까지 사람 열받게 하네...
이랬으니 만났을 때 손으로든 말로든 한 대 갈겨날려주고 싶을 수밖에.
근데 막상 만나서 얘기해보니 내 건 틀린 문장도 많지는 않았다잖아! 아쒸.
엘레베이터에서도 말을 거는 걸 보니 그저 사회생활을 제대로 안 해본 독선적인 유학파 같은 느낌이 좔좔.
아니 그래도 [다른 이름으로 저장] 정도는 알아두길 바래.

#2.
그래서 3개월 일정의 매일매일 일거리가 생겼고,
출판사쪽에서 좀 신기하면서 대강하려면 대강하지만 제대로 하기엔 좀 번거로운 일을 하나 맡아서 다시 빡셈.
주 2회 단기 교습.
게다가 15일은 한강횡단.
그런데 어째 돈이 들어온 곳은 한군데도 없단 말이냐............ oTL
이번주도 대출이자가 빠져나갔다 ㅠㅠ

#3.
씨앗을 뿌린 이는 '여자의 훈장'이 어쩌고 하는데,
상당히 두근거리면서도 굉장히 속상했던 일이 한 주를 휩쓸고 지나갔다.
세상엔 정말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4.
아 진짜 남미 여행 준비 해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이거;;
(그리고 홈페이지 갱신과 여행기 작성은 어디로 날아간 거?;;;;;;;;;;)

by kisa | 2008/08/11 23:51 | I am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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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月影 at 2008/08/12 00:04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건.. '야..!'로는 안 끝나겠네.;
기운내, 기운내. 상상은 한도 이상도 괜찮아.
Commented by kisa at 2008/08/12 22:12
그날 너의 '야..!' 위로가 됐단다 ㅋ
이제 대나무밭에 풀어놓기도 했겠다 조금은 어른이 됐겠다(음?) 일은 할 만해서 다행.
Commented by wbin at 2008/08/12 10:36
아아 모종의 그 일이로군 -_-;
왠지 뭘하든 고생을 하는거 같아 -_-;; 토닥토닥 힘내소!
Commented by kisa at 2008/08/12 22:13
응 그때 내가 위의 두 사람에게 엑셀 2007을 부탁했었지 ㅋ
뭐 나의 파란만장함이 만두만하겠어? 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용 :9
Commented by naCre at 2008/08/12 16:51
ㅎㅎ 세상에 일 못하는 사람 참 많단다.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이 다 얼마나 퀄리티 높고 괜찮은 사람들인지
느끼게 해주는 그런 몇 몇 사람이 있어서 감사하지 않으냡!

휴ㅎㅎ 근데 저 gmail답변은 정말 웃긴다..=_=
Commented by kisa at 2008/08/12 22:14
그런 거구나 oTL 정말이지 내 주변의 멋진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되는 나날....
문자 받을 당시 파류양도 옆에 있었는데 둘이 함께 빠직. ㅋ
Commented by EnigmaBox at 2008/08/13 08:44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사팀 특유의 상냥함'은 정말 쓰일 곳이 많은 듯...그냥 쉽게 얘기해서 적당한 가식이랄까? 근데 이 생활은 뭥미?? 생활의 한 단편만을 적은 글을 읽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는 쉬고 있어도 회사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네.

대출이자는 뭐꼬??? 뭘 위해 대출을 받으셨는가? 마이너스통장의 이자말인가??
Commented by kisa at 2008/08/13 09:54
"사교에 약한 스미레가 유일하게 대화를 잘 진행할 수 있는 모드- 업무모드"같은 느낌이랄까?
어떤 상황에 닥쳐도 일하면서 사람 대할 때를 생각하면 한 발짝 뒤에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더라구요 ㅎㅎ
이 생활은.. 프로젝트 owner가 나라쪽이어서 무려 알바비를 '월급'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3개월 단위 계약인데 "이거 원천징수고 보험쪽 신고 안 들어가죠? 들어가면 큰일나요! 겨우 ㄱㅁㅇㄱ의 마수에서 벗어났는데!" 하고 확인했다는... ㅋㅋ

이자는 물론 마이너스 통장의 oTL
Commented by mandoo at 2008/08/31 21:06
꼭 저런 사람들 있더라.. 이상하게 자기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이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다가 꼭 시키는대로 안하고!!!
잘못도 인정 안하고!!!

마지막 문자 좀 짱인듯?
ㅋㅋㅋㅋㅋ 만나면 한대 후려쳐줄 거 같은 인간..ㅋㅋ

아니, 그래도 말이지...
만두만하겠어는 좀 그르타....ㅋㅋㅋㅋ
Commented by kisa at 2008/08/31 23:52
...무서운 것은 요샌 항상 그 생각을 하면서.
어느 샌가 내가 그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는 점이야!

마지막 줄은 사과 m(- _ -)m
수난은 그만 주문해라.
Commented by mandoo at 2008/09/03 14:43
사과씩이나..ㅋㅋ
걍...-_- 돌이켜보면 왠지... 블랙홀 같은 내 인생............이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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