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 안부문자의 효능

이모티콘 안부문자들, 많이 받아보셨는지.
척 보기에도 어디서 따왔을, 보낸 이의 손길이라고는 없는 듯한. 그래서 누군가에게 받은 걸 그대로 포워딩해서 적당히 휴대폰 주소록에서 그룹을 지정해다가 발송했을 것 같은 단체문자. 그래서 나도 처음엔, 별 감흥도 없었고 별로 답문을 보낼 생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이런 이모티콘 안부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시작의 계기는, 특별한 고민이나 결심보다는, 솔직히 다음 날이면 사라질 무료 문자 건수가 잔뜩 남아서였던 것 같다. 누군가는 아직도 "네 스팸이 날아오는 걸 보니 월말인가보다"라고 얘길 한다. (하지만 무료 문자 소진일이 월말인 건 아니라규!) 

그러나, 딱 두 번째부터, 이 문자를 지속하게 된 건 문자가 남아서는 아니었다.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라고, 한 번 해보는 순간 이 스팸이 보통 스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날에 맞추어 쌩뚱맞지 않으면서 내 마음이 담기고 딱 봤을 때 "우와 귀엽다☆"라고 할 만한 이모티콘을 고르고, 문구도 잘 맞게 고친다. 난 보통 그날의 날씨에 따라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길 기원하는 문자를 좋아한다. 웬만한 곳에서는 이모티콘창에서는 Ctrl+c를 막아놓았기에, 조금 수정한답시고 각각의 전각기호를 다 찾아다가 새로 그릴 때도 있다. 한 행에 전각 8자까지 들어가지만, 엔터를 넣고 안 넣고에 따라 이그러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완성 후 꼭 내 핸드폰으로 전송해서 확인한다.
그렇게 맞추고 난 뒤에는 주소록을 연다. 여기가 진짜다. 나도 처음에는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날 그룹 전송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보고, 그 사람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더라, 뭘 하고 지낸다고 했었지,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한 사람씩 체크를 한다. 잘 지내시죠 하는 문자일 때는 부모님은 빼야하고, 근간에 만났거나 만날 예정인 사람은 생각난 김에 따로 연락을 하고. 시기에 따라, 문자의 내용에 따라 보내는 사람은 늘 달라진다.

전송을 누르면 핸드폰이 금방 들썩들썩 한다. 바로 답문이 오는 경우도 있고, 한참 있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이틀씩이나 지났는데, 이런 식의 문자 교류를 많이 안 했던 분들로부터 뒤늦은 연락이 와서 신기했다. 생각보다 나이 잡수신 분들의 반응도 괜찮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 평균 30% 정도의 회신율을 보인다. 썩 나쁘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의례적인 문자에 의례적으로 답문을 하는 사람, 문자에 진짜 반가워하며 내 안부를 묻는 사람(문자로 혹은 전화로),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성의 없다고 무시할 사람, 보고 순간 반갑기는 하나 금방 잊어버릴 사람, 그리고 대체 얘는 뭔데 나한테 문자를 보내? 하고 기분 나빠할 사람, 등등등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딱 한 번, 주소록 기능을 잘 몰라 회사 사람 등 캐캐묵은 연락처로 문자가 쫙 날아간 적이 있다. 그때는 진짜 당황했다. 우선 회사의 유부남 아저씨 중에서는 이게 대체 내가 어떤 술집에서 만난 여잔가 걱정하신 분도 계셨고, 너무나 오랜만의 연락에 미안할 정도로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냐고 되물어왔다가 내 이름을 밝히자 뚝 대답이 끊긴 적까지도 있었다.

내가 안부문자를 계속하는 건, 여러 가지 욕망이 뒤섞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날아가는 문자지만, 그 대상에 따라 진짜 목적은 다르다. 어떤 이들에게는 진짜 사회적으로 네트워크를 잃지 않기 위해서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끈의 사회라고, 연줄이 있고 안면이 있고, 얘가 딱 자기 필요할 때만 얼굴 들이미는 게 아니라 그래도 꾸준히 연락을 취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게 있을 터이다. 문안인사, 예의, 도리라는 게 결국 그 연장선 아닌가.

허나 대부분은, 진짜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그 사람이 신경이 쓰이고, 잘 지냈으면 하고, 서로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네가 내 안의 존재라는 걸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서.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그동안 왜 연락 안 했어"라는 말로 서로의 신경을 살살 긁는 그런 세상이다. 크게 어렵지 않게 전화번호 누를 수 있는 것을, 우리는 귀찮다고 정신 없다고 뻘쭘하다고 밀어놓고 살아간다. 한 번 연락이 뜸해지면 더욱 어려워지고, 길 가다 마주쳐도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단계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때 그냥 자연스럽게, "야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반기며 "언제 한 번 보자"라고 관용어구를 줄줄 읊고 뒤돌아서도 크게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냥 '저런 애도 있었지'라고 생각하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연락이 없다가 결혼식 일주일 전에 연락하면 그런가보다 생각하든지, 카드를 만들어 달라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나타나는 걸 뻔뻔하다고 혀를 찰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게 싫기 때문에, 그런 때라도 굳이 연락을 안 하고, 아파트 옆 동에서 만나서 계속 같은 편의점에서 마주치게 됐을 때에야 교제를 재개하는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무성의하다, 뭐하러 이렇게까지 한대냐라는 말을 듣더라도 계속하고 싶다. 마음이 있으니까. 내가 아는 사람이 10명이든 100명이든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문득 생각이 나고, 목소리가 듣고 싶으니까. 어느 날 내가 쳐다본 하늘이 너무 맑고 꽃이 예쁘게 피었을 때에는, 그들도 똑같이 한 번 바라보고 기분이 가벼워졌으면 하니까. 비가 와서 어깨가 쳐지고 멜랑꼴리할 때에는, 오랜만에 들어본 이름이라도 그 사람의 전파가 내게 다가왔음에 1초만이라도 웃었으면 하니까. 비록 어쩌면 내가 받고 싶기 때문에 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 누군가가 자기를 1초 동안이라도 생각해주었고, 그 존재를 느낀다는 사실은 아주 멋지고 푸근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계속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내가 보낸 단체 문자에 답장이 왔을 때, 그 답장에 일일이 대답을 하는 일이다. 나도 처음에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안부를 물었고, 그들이 대답을 하며 안부를 물었을 때, 나 또한 대답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일방적인 게 아니라, 반드시 한 번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꼭 그들의 마음을 곱씹으며 문자패드를 하나씩 꾹꾹 누른다. 되도록이면 '언제 한 번 보자'가 아니라, 한두 달 이내에 정확한 약속을 잡도록 하고. 그런 인연이 살포시 이어져 구비구비 흘러서,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따스함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나는 아주 조그만 한 걸음이랄까, 한 손가락을 옮기는 것이다.

단체 이모티콘 하나 뿌리면서 참 말도 길게 한다. (웃음) 아무쪼록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시길 바라고, 문자함이 꽉 차서 비워야 할 때 씹고 넘어갔던 문자가 하나 있으면 살짜쿵 답장 버튼을 눌러서 '너도 잘 지내라'라고 여섯 글자쯤 쳐주는 센스를 키워보자. 받는 사람뿐 아니라, 보내는 사람도 마음 한 구석에 온기가 퍼질 것이다. 혹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셨으면, 반대로 귀여운 거 하나 복사해다 보내보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색다른 연구결과도 기대한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아무 용건도 없는 안부 전화를 거는 일을 한 차례씩 해보고 있다. 발신자 번호 표시의 시대 이후로, 전화가 오면 '얘가 왜 전화를 했을까'를 먼저 궁금해하는 사회가 되었기에 어색함이 가득하지만, 꼭 물어보거나 부탁하거나 공지하거나 할 일이 없어도 상대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얘기를 들어주고 하는 일들에서, 아직 사람의 마음이란 참 보드랍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 마음 쓰고 시간 쓰는 일 치고, 그렇게 나쁜 일 별로 없다. 아직은 말이다.

by kisa | 2008/05/14 00:32 | I reckon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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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무니 at 2008/05/14 00:51
그런의미에서(?) 오랜만에 댓글 달아봅니다. 잘 지내시죠? ^^
Commented by KAIN at 2008/05/14 05:14

뜨끔하고 찔리는 나 -_-/// 담에는 문자 제 때에 보낼게요. 그래도 난 자네 문자 좋더라. 받으면 자네가 생각나니까. 항상 느끼는거지만, 함께 해 줘서 땡스>_< 오늘도 좋은 하루 되길!!!
Commented by 아인 at 2008/05/14 14:22
힘들어서 얼굴 잔뜩 찌푸리고 있을 때였어도 언니의 문자를 딱 보면 웃으면서 다시 힘내자- 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또 좋아요. 언니 문자는 받을 때마다 힘나는 스페셜 보약 같아요 :)
Commented by 윈드라이더 at 2008/05/14 23:10
응. 항상 받으면 기분 좋아지는 문자 늘 고마워하고 있어요.
나도 다음부터는 답문자는 제때제때!!!

Commented by minx at 2008/05/15 00:36
나도 늘 고맙고 반갑고 그래
Commented by kisa at 2008/05/15 01:05
어머;; 이거 답문 보내달라고 종용하는 글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맺음말이 이렇게 되어서 ^-^;;; 그냥 일반론이에요 일반론 = D

무니님> 잘 지냅니다!! 이 시간까지 있다가 곰방 초콜렛 아이스크림 반통 퍼먹고 여드름 걱정하는 무식한 부분만 빼면요. 어느 새 무니님으로 돌아오셨네요? 예전 닉이 '에비앙' 철자 거꾸로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는데요 ㅎㅎ

KAIN> 우리 오늘 통화도 했네? ㅎㅎㅎ 답문 안 보내줘도 괜찮아요. 반가워해줬다면 그것만으로 기분 좋은걸. 너도 좋은 하루!!

아인> 와우 스페셜 보약이라니 > _ <;;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 관심은 기운의 원천인가봐, 그치?

윈디언니> 이힛 진짜 '하늘이 예쁘구나-'하는 뜬금없는 문자도, 용건이 있어서 보내는 문자도 다 좋은 것 같아요. 나도 일일이 답문은 못 보내지만;; (언니 나 차 끓이는 재주가 발이라 허브티는...)

minx> 난 당신이 보내주는 음악이 항상 푸근하다오 : )
Commented by 뱀경 at 2008/05/15 11:37
드디어 난 회사에서 니 홈피를 들어온다 ㅋㅋㅋ 전체문자가 나쁘지만은 않아. 그사람을 정기적으로 상기시켜주고 연락을 불러오잖아? ㅋㅋ 덕분에 나도 전화햇다.. ㅋㅋㅋ
Commented by kisa at 2008/05/16 22:55
뱀경> 오 드디어 그런 환경이 되는 것이야? ㅎㅎ 나도 너한테 특별부탁하면서 전화 걸게 되고 하는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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