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kkaido] 2일, 만류라멘 & 밀크무라가든

오늘 저녁은 삿포로라멘! 일본식 라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라멘이 유명한 삿포로에는 라멘요코쵸라는 곳이 있다. 좁은 골목에 라면가게만 들어서 있는 곳인데, 이곳이 유명해서 "신 라멘요코쵸"도 있고 JR역 근처에는 라멘공화국도 있지만, 역시 원조인 이곳이 제일이라고 한다. (다른 덴 안 가봤으니 물론 모른다 - _ -)

그동안 우린 좀 미심쩍은 게 있었다. 호텔을 찾느라 살짝 헤매다가 만류라멘을 몇 군데나 보았기 때문이다. 또, 라멘요코쵸에서도 줄이 늘어선 곳은 만류라멘이 아니라 그 앞집; 만류라멘은 만석이었지만 만석이래봤자 6석 정도; 게다가 주방장은 젊다! 뭔가 이상해,,, 이상해,,,하면서도 그저 추천받은 가게로 들어가고 보는 두 사람 - _ -; 윤희는 보통의 미소라멘, 난 가라미소를 시키고 싶었지만 안 된대서 콘버터를 시켰다. 둘다 배가 그리 고픈 건 아니어서 주문 후 벽에 "적은 양은 100엔 할인"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지.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만류라멘이라는데, 하지만, 맛 좋더라 ㅜㅜ 확실히 진하고 짜긴 했다. 면은 괜찮은 정도. (사실 내가 일본에서 감동 받아본 라멘은 오로지 하카타의 이찌란 라멘뿐이다) 어쩌면 한국에서 익숙해진 풍부한 야채의 시원한 미소라멘이 더 내 취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이긴 했지만(무엇보다 국물을 들이킬 수 있으므로), 이 콘버터란 게 묘한 매력덩어리더라. 오로지 보통 미소라멘에 두껍게 썬 버터 한 조각과 깡통에서 딴 옥수수를 몇 숟가락 넣은 것뿐인데! 버터가 자르르르 녹아 국물 위에 뜨면 그 느끼함 2%의 고소함 98%의 맛! 그리고 그린자이언트처럼 부드럽고 통조림국물맛 좋은 옥수수가 아닌, 서걱서걱한 옥수수가 라면 국물 속에서 노닐다가 숟가락에 몇 알씩 건져올려져 톡톡 씹힐 때의 재미와 중독성!
당시 난 그닥 찬사를 날리지도 않고 "좀 짜다" 이러면서 결국은 그 많던 걸 남기지도 않고 다 먹어치웠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기념으로 사온 스미레 미소라멘 사발면을 끓일 때 버터를 몇 조각 넣었다. 역시 맛있었다 T~T

9:30. 배는 부르지만 이대로 들어가긴 아쉬워...하며 스스키노 거리를 배회했다. 영하 10도라도 워낙 단단히 껴입어서인지 그리 춥지는 않다. 우선 내일 오전 11:00 방문 예정인 카니쇼군의 메뉴를 확인하고 밀크무라가든은 위치라도 봐둘까?하면서 지도를 보며 걸었는데 못 찾겠는 거라. 표시된 지점의 앞으로도 가보고, 뒤로도 가보고. 없어졌나...? 누구한테 물어볼까..하다가 관광객이 더 많은 분위기였기에 간판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이런 6층이네! 일본에서 2층 이상으로 가본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다. 올라가보니 디저트 가게가 아니라 BAR! 게다가 아코디언 라이브 연주! 금연!
무척 좁다란 복도에 줄줄이 서 있던 여성 손님들을 보며, 우리는 당장에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공연을 마친 아코디언 악사분이,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던 staircase;; 구석까지 오셔서 연주를 시작해주시려는 찰나, 우리 이름이 불려서 들어갔다. 내부는 뭔가 온갖 잡동사니가 벌어져 있는 데다 상당히 촌스러운데, 그럼에도 참 반짝반짝~ 어여쁘고 즐거워지는 분위기랄까.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오로지 셋트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 리쿼 2종류 + 크레페 등 과자 + 커피" 혹은 과자 대신 리쿼, 테이크아웃용 아이스크림 등. 우리는 둘이 고디바, 꼬냑, 유자, 카페오레를 골랐고, 서비스로 홍차맛이 더 나왔다.
사진에는 약간 녹아있지만, 그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당신이 지금까지 경험한 것이 무엇이든, 그 이상을 맛보게 될 것이다 * _ * 싶은 맛? 너무나 산뜻하면서 약간 과일향도 나는 듯한, 미끌거림도 전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소프트 아이스크림! 역시 홋카이도 우유인가봐요 ㅠㅠ
큰 숟가락에 아이스크림을 한 술 뜨고, 작은 리쿼잔의 귀이개 크기 만한;; 티스푼으로 리쿼를 그 위에 올려먹는다. 하나하나 맛이 달라서 쉬지 않고 새로운 맛을 떠먹게 된다. 우리야 술이 약해서 달달한 종류로 시켰지만, 메뉴판에는 리쿼가 몇 페이지씩이다. 아이스크림은 한 번 리필이 가능해서 부탁했더니 "조금? 많이?" 하며 물으신다. 우린 "적당히 ^^"라고 대답했다. 혹시 리쿼 추가가 가능한가 했더니 몇백 엔이라 포기하고 흑 ; - ; 후식인 커피를 부탁했더니 이런, 강아지와 코키리 모양의 쿠키에, 달팽이 모양의 머그잔이라니!! 왜 이렇게 귀여우심 ㅠㅠ (돌아와서 한동안 BAR를 하나 인수해서 창업하겠다고 난리를 쳤는데,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비법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oTL)
술이 살짝 올라 발그레한 얼굴로, 참 오랜만인 듯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20년 친구.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
폐점 시간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와, 불이 꺼져가는 스스키노 거리를 걸었다. 또 편의점에 들러 먹을거리 사냥을 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이글루스 가든 - 한평생에 남을 세계여행 떠나기

by kisa | 2008/03/29 18:33 | I remember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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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AIN at 2008/03/29 23:41
맛있는거 많이 먹고 멋진 경험 하고 온것 같아 부럽당!!!
좋은 하루, 즐거운 하루 되길!!! >_<
Commented by mandoo at 2008/04/01 18:39
ㅋㅋㅋ 미소라멘에 버터와 콘이라니..
생각치도 못한 조합이다;
나에겐 느끼함 90%일것 같다만;;ㅋ

오옹 저기 상당히 조잡스럽지만 고잘고잘 귀여운 곳이구나.
쿠키 모양과 컵에 우옷<
강아지 쿠키에 특히..ㅋㅋㅋㅋㅋ

BAR하나 인수창업이라;;ㅋㅋ
주인장이 거덜낸다 올인-ㅅ-b
Commented by kisa at 2008/04/07 00:05
KAIN> 넹넹 먹는 거 최고였어요 ㅠㅠ 넌 정녕 지표생물이었던 게냐; 어케 메인보드 강화 좀 안 되겠니

mandoo> 콘버터 짱 맛있음 담에도 미소라멘 사오면 꼭 옥수수캔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먹을 예정 ㅋㅋ
주인장은 술을 거의 못 마시기 때문에 거덜은 안 낼 것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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