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kkaido] 2일, 오타루 오르골당 & 르타오

예전의 여행은 보지 못한 물건들, 세공의 대단함, 이런 데 감탄하며 구경에 시간을 빼앗기곤 했었다. 그러나 점점 그런 디테일을 보기보다는 "흠, 이런 것도 있구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증명사진만 찍게 된다. 공들여서 바라보면 더욱 느끼는 게 많을 텐데도 집중하지 않게 된다. 초기 일본여행에서 북오프 같은 곳에 가서 몇 시간이고 "어 이것도 있네? 저것도 있다!"라는 것만으로 즐거워할 수 있던 걸 생각하면 참 무뎌졌다고나 할까. 그나마 멋있고 예쁘기만 한 디자인보다는 색다른 아이디어가 넘치는 상품이 눈길을 끈다.
그렇게 약간은 일부러 여행에 충실하자는 느낌으로 힘을 내어 가게들을 구경하며 나아갔다. 인산인해의 와중에(역시 1년중 가장 큰 이벤트인 것이다) 조금은 낡고 역사가 깃들어 있는 듯한 거리의 풍경, 그리고 하얀 눈산과 대비되는 파란 하늘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걷다 종착지인 메르헨 교차로, 오르골당에 도착했다.
처음엔 가득찬 사람들 덕에 식겁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구경을 했다 - _ -; 처음엔 적당히 둘러보다가 몇 개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는데, 노래와 모형을 따로 골라 조립할 수 있는 게 있었다. 그런 노래들에 보통의 클래식이나 올드팝이 아닌 가요가 있다는 게 재밌었다. 그중에서 SMAP의 "세상에 하나뿐인 꽃"은 그렇다치고(오르골 소리 예쁘더라!!)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무척 좋아하는 미카즈키(三日月), 거기에 Orange Range의 하나(花)까지 있는 걸 보고 깜짝! 얼마나 팔리려나?
(나중에 발견한 사실이지만, 태진노래방에서 죽도록 틀어주는 조매실의 뮤직비디오에서 이영애가 앞치마 두르고 촌스런 머리핀 꽂고 일하는 곳이 바로 이 오르골당이었다. 화면에선 엄청 후져보이드만... - _ -;)
한참을 구경하고 윤희가 오르골을 하나 사서 오르골당을 나오니 갑자기 해가 떨어져 있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길 3시간 반, 달콤한 케익과 차를 곁들여 쉴 차례라고! * _ * 오가는 길의 거의 모든 사람이 옆에 한 보따리씩 끼고 돌아다니던 le TAO의 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들어갔!...는데 폐점 시간이 가까운 데다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 oTL 아아 여기부터 올걸... ㅜㅜ 그래도...! 하는 심정으로 약간의 웨이팅 후 케익과 아이스크림 주문했는데 서빙 너무너무 느려서 빡돌고 정말이지 아이스크림은 가격 대비 대실망 oTL (유명한 건 소프트인데 이건 그냥 바닐라였음...)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르타오 오리지날 블랜드의 홍차는 눈이 번쩍 뜨이게 맛이 좋았다! 초콜렛에 오렌지, 라스베리,, 그 외에도 8~10가지는 섞인 듯한 블랜드였는데, 향은 물론 끝맛도 정말이지... ;▽; 왕감동. 나도 잘 끓여마실 줄 알았다면 한 통 사가는 건데.
나오는 길에 기념으로 와인이 들어간 화이트 생초코와 역시 홍차맛 생초코를 샀다. 6시도 안 됐는데 벌써 가게들은 문 닫을 준비다. 연중 최대의 행사도 개폐점 시간엔 아무런 영향이 없나보다. - _ - 관광객의 무개념함에 편승해 문을 닫으려는 주변의 몇 유명 과자점에도 들어가 구경을 했는데, 흥미로운 게 너무 많아 도저히 고를 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안 샀다 - _ - 무척 재밌었던 건, 어느 가게나 "본 제품은 공항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표시가 몇 개씩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결국, 나머지는 전부 공항에서 판다는 소리... oTL (손을 얼리고 있는 시로이코이비토 봉다리가 다시 한번 미워지는 순간.)

"같은 길을 다시 걷지 않으려는 신념"으로 골목을 요리조리 꺾어가며 운하쪽으로.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의 빛나는 가스등을 봐야지. 역시 멋있는데, 사람이 정말 많다 oTL 그 와중에 돈 받는 단체사진 촬영 스팟까지;
어쨌든, 운하를 따라 걸으며, 낮에 봤던 눈의 조형물들이 이런 빛과 그림자를 만드는구나, 하며 일렁이는 촛불들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몇십 년씩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겠지. 그 와중에 새로운 창작도 더해지고. 관광객 유치도 유치지만, 참으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걸었던 기찻길쪽도 불을 밝히자 전혀 딴 세상같이 아름다웠다. 보다 따뜻한 축제 같은 느낌. 어린애들은 눈썰매를 타기도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신 없고. 무척 예뻐서 더 보고 한 잔 하고도 싶었는데, 마음이 좀 급해져서 예정보다 하나 앞 시간의 기차를 타러 도중에 역으로 달려갔다. 그열차 만석에 내내 서서 가는 바람에 TT 피곤함과 멀미에 긴 시간 침묵으로 인한 묵은 고민의 백플래쉬까지 이어져 꽤나 머리가 아파왔지만;, 오타루행은 홋카이도 여행의 가장 멋진 추억이었다. = )


이글루스 가든 - 한평생에 남을 세계여행 떠나기

by kisa | 2008/03/29 17:43 | I remember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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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ndoo at 2008/04/01 18:41
오오오오오오옹 오르골 왜일케 귀여우심?;ㅁ;
으하.. 별별 노래 다 있구나..
역시 대단한 나라다-ㅁ-;
오르골을 이상하게 좋아한단 말이야 일본은;ㅋ

조매실에서 폭소.
아, 저기가 거기였구나...
전혀 전혀 몰랐다-_-;;
(아니, 당연히 알 턱이 없지만 지금도 보면서 연관지어 생각해 본적도 없..)

상당히 반짝이고 예쁘구나.. 왠지 오르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여행가고싶어!!!!!!!;ㅁ;)
Commented by kisa at 2008/04/07 00:07
mandoo> 오르골 귀엽지 > _ <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건 역시 멋진 일이야!
그 장소가 그 장소라는 걸 알고 나서 왜 하필 거기까지 가서 찍었을까 좀 고민했음 - _ -
물론 윤종신(한때 내가 상당한 팬이었던)도 굳굳이 일본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오드만..
좀 더 보존이 잘 된, 눈도 깨끗하게 쌓이는, 그런 건 인정할 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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