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4일
[일기] 12월, 겨울 **sukara+chino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인 경험까지 하게 될 정도로, 너무나 생각이 많다.
몇 일 몇 시간 몇 분 사이에 새로운 변수들이 생겨나고 판도가 뒤바뀌어 버리고 당연히 선택지 또한 바뀌어버릴 수밖에 없는.
지난 주말에는 방 배치를 바꿨는데, 베란다 자리에 놓인 침대 때문에 추워서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다가도, 진짜 가구의 배치나 버릴 옷과 버리지 않을 옷 같은 사소한 것도 판단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서(RAM이 후달려서) 괴로워했다.
가끔씩 어른들이 "지금은 정신 사나우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고 할 때, 아니 이런 작은 거 그냥 정해주면 안 되나 싶었는데 이제 알 것 같아! 켜져 있는 프로세스가 너~무 많은 거지!!

회사에서 하루 딩가딩가 하면서 10시까지 있다가 돌아온 다음날, 마치 서해안 밀물같이 병세가 몰려오더라 - _ -
화욜 아침부터 목이 따끔거리더니, 오후에는 정말 30분이 다르게 열이 오르고 어지러워지고 소화도 안 되고 그래서 9시도 안 돼서 뻗어 잤다. (그런 와중에도 걱정되는 건 아픈 게 아니라 "건강할 땐 밤 늦도록 쏘다니고 아플 땐 집에 들어오지?"하는 부모님의 말씀 - _ - 그래서 필사적으로 아픈 걸 숨긴다는...)
다음 날 느즈막히 병원에 갔더니 웬일로 병명을 다 말씀해주시는데, 인후염이라고. 그 놈의 편도선 잘라냈더니 뻑하면 인후염이다. 억울하다. 게다가 증상이 몸살에서 목에서 콧물에서 서서히 기침까지 넘어가려고 해서 걱정돼 죽겠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일정이 있다면 코믹과 원고마감이란 말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떠난다는 사실이 웬만큼 알려져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물어본다. 아직 시간이 한참 있으니 술을 먹이고 하진 않지만.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의 결정에는 당당함이 있지만, 그걸 설명할 때, 힘들어서라고 말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떤 입장이 되나 싶어서 주저주저하게 된다. 근 1-2년 사이에 사상 초유의 퇴직율을 보이고 있는 이 회사, 어찌 될런지. 어쨌거나, 내가 처음 몸 담았던 곳이고, 그만큼 지금도 사람에 대한 미련이 철철 넘치지만, 지금 그것들을 극복하고 한 단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되겠단 느낌이 든다. 비록 지금 나의 선택이 틀렸더라도. 한 번 바꿀 수 있으면, 두 번도 바꿀 수 있으므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고, 가만히 앉아있는 자리마저 좌불안석이고, 끊어내지 못한 미련과 질척한 집착 사이에서 행동의 갈피를 못 잡는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건 약 한 달의 시간.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 차리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1월에 같이 스페인 가실 분은 안 계시나요? ㅎ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by | 2007/12/14 22:13 | I am | 트랙백 | 덧글(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정신없고 바쁘실텐데, 그 정신없음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시니까요.
푹 쉬고, 기운내요.
넵, 선택했습니다. 포기가 아니길 스스로 바라면서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한 거겠죠 ^ㅁ^ 격려 감사합니다 > _ <
월영> 그냥 이렇게 살려고.......라니 이 아가씨가 옆에 있었으면 때려줬을 테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 바보같은 짓이야!! ㅜㅁㅜ 편하기 위해, 즐겁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구!!
스트레칭 매일매일 하고~ 무리하지 말고~ 밥 잘 챙겨먹어!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허허..
정말 고생 많았겠어..
난 특히 열이 막 오르면서 무기력해지는 게 힘들던데 말이야..;ㅅ;
하지만 꿋꿋히 숨기고 돌아다녔던 건가!?!?대단하시오..후후.
저번에 남은 약 먹으려고 ㅠㅠ